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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정이라는 이름의 자물쇠, 창작권이라는 열쇠

창작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by 해정

나는 글을 세워가는 과정에서 “해정 감정 조각소”를 갖게 되었다.

그 안에서는 오롯이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나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앞으로도 해정감정조각소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

감정조각소라는 나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싶다.


창작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창작이란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 노래, 춤…그리고 글

나는 큰 고민 없이 “글”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쓰러졌던 나를 글이 세워줄 수 있었던 것도

내 안의 “해정”이란 이름은 글을 원했고, 바랬고 운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나는 글을 그냥 보여지는 문자라고 생각한게 아니었다.

나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감정을 표현해주는 하나의 사람으로 생각했다.

“글”이라는 이름의 사람을 이제는 내가 세워주고 싶다.


글을 세워가는 과정 속에서 나의 “이름”의 의미를 찾고

나의 이름도 창작권을 갖고 있음을 알았다.

나의 이름 “해정”이란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창작권”이라는 열쇠를 내 스스로 찾았다.


그렇게 나는 내가 쓰러졌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가진 표현의 권리를 빼았겼기 때문에 버티지 못했다는 것을.

나를 열 수 있는 열쇠를 잃어버리고 그렇게 계속 갇히고 갇혔기 때문에.


나는 열쇠를 잃어버렸고 나의 표현의 권리인 감정을 열 수 없었다.

열쇠가 있었다면 나의 감정도 공기처럼, 바람처럼 자유를 얻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생각했다.


나의 감정은 공기가 아니었음을.

가스처럼 늘 갖혀만 있었다는 것을.

남들의 필요에 의해서,

남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졌다는 걸 알게됐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나의 감정은 내가 숨쉴 수 있는 공기가 되었다.

나의 감정은 나를 숨쉬게 해주는 이유가 되었다.

그 공기는 누구나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공기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 공기를 들이마시고 저마다의 다른 숨으로 바뀌어 내뱉을 수 있겠지만,

그 공기의 주인이 마시고 내뱉는 숨은 변하지 않는다.

공기에는 주인이 없다.

대기권에도 주인은 없다.

지구 밖 우주별에도 주인은 없다.

그 것을 선택하고 그 곳에 도달하는 것은 오롯이 나에게 달려있다.

나는 해정권을 갖고 있었다.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권리였다.


나라는 저작권을 찾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감정쓰레기통시절의 나,

처참하게 버려졌던 나,

나를 지나치지 않았던 너,

나를 닦아주고 마음 한켠에 공간을 내어준 너,

우리라는 단어를 믿게해준 순간들.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작년 가을이 된다.

그때 내가 걸었던 전화 한통은

나를 살리는 마지막 시도였다.

1395에 전화했던 그 첫날을 잊을 수 없다.

그 다음 날 난 조금 용기를 얻은걸까?

교직생활 중 처음으로 병가를 썼다.

“병가”라는 이 두글자는

“저는 이제 버틸 수 없어요”라는 말을 대신해줬다.

교사 생활 중 나의 목소리를 내본 첫 날이었다.

그날 그 전화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전화 였다.

삶의 끝자락에서 마지막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던 내 외침이었다.

회복의 시간 속에서

상담교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왜 이렇게 힘들게살아요..뭐 때문에 버티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눈물 속에서

“차 한잔 더 드릴까요? 천천히 마시고 가도 괜찮아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나의 마음 속 상처를 꺼내어줬다.

그 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상담선생님과 임상심리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나의 마음에 위로라는 반창고를 붙여주시는 인연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나의 감정의 자물쇠를 천천히 열어갔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의 울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 눈물이 물이되어, 나를 위로한 말 한마디는 햇살이되어

나라는 씨앗을 키워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해정이라는 이름을 지켜내고 있다.


그 이름을 지키려는 노력 속에서

나는 오늘도 나만의 숨을 쉰다.

그 숨은 글이되고 누군가에게 닿고 있다.

지금 이 순간처럼


이제 나는 창작권이라는 열쇠를 잃어버려도 괜찮았다.

“해정”이란 이름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이제 내가 만들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그 열쇠를 주어 자물쇠를 열으려고 해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새롭게 만든 열쇠로 열어야 하니까.


난 이제 내가 만든 열쇠로 언제든 자물쇠를 열 수 있게됐다.

열쇠를 잃어버린다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딱 맞는 열쇠는 나만이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난 자물쇠를 열었다.

그리고 나는,

감정의 저작권을 되찾은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빠르게 변화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창작권이다.


해정권이 만들어낸 “해정감정조각소”는 변하지 않는다.


나의 “감정조각소”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변하지 않고 영원할거라 생각한다.

변함이 보인다면 그건 나의 삶의 변화일 것이다.


감정조각소라는 자물쇠를 여는 열쇠는 나만이 만들 수 있다.

누구에게 건네 주어

“열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허락할 수 있지만

그 열쇠의 주인은 바로 나다.

자물쇠를 열고 닫을 열쇠를 만드는 건 바로 나 “해정”이다.


나만의 자물쇠는 나에게 있다.

그리고 그 열쇠도 나에게 있다.


창작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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