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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경상 Feb 11. 2017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2017년 책 52권 읽기 열한 번째 책입니다.


요즘 인생 이모작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바뀌고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인가? 그러나 나도 사람인지라 또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인지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절대 쉽지가 않습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젠 중반을 넘어서면서 생각과 몸도 따로 노는 것 같아집니다. 나아가고자 덤비고자 하는 생각이 자꾸 굳어지기 전에 다시금 생각을 깨치고 몸도 유연하게 만들고자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조금 오래전 베스트셀러였던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었나요? 지금 다시 읽으니 솔직히 좀 뭐랄까? 이 책을 통해서 내 생각의 폭을 넓혔다거나 또는 작가의 생각에 깊은 공감 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작가의 생각에 반해서 전혀 다르게 내 생각을 펼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나중에 인용하고 싶은 문구들이 많다거나 굳어져 가는 내 심령에 뜨거운 불을 댕긴다거나... 최근에 내가 책을 읽으면서 '아! 좋았다'라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이 책을 통해서 굳어져가는 내 생각을 깨치고자 하는 내 목적의식이 너무 컸었기 때문일까요? 음~~


책에 대해서 뭔가를 정리를 하고 싶은데 딱히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저자인 한비야 씨는 이 책을 쓰면서 가슴이 몹시 뜨거웠겠죠? 책의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요"


부럽습니다. 나도 내가 하는 일로 인해서 가슴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그래 예전에 일을 배우면서 내가 그린 그림대로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보면서 나도 내 일에서 가슴이 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반복되는 그 일로 인해 요즘은 그런 느낌이나 감정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뛰쳐나간 것인데...


나의 가슴에 불을 댕겨줄 뜨거운 일을 찾지 못하고 다시 삶에 안주하고 말았습니다. 책과는 무관하게 한비야의 삶은 부럽습니다. 그녀는 분명 가슴 뜨거운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나는 무엇을 해야 내 가슴이 뜨거울까? 아내를 나를 보고 많은 달란트를 가졌다고 합니다. 딱히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일에 대한 욕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시도를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잡다한 지식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것을 경험해 봐도 내 심령에 불을 붙이는 그런 일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기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힘 있는 자에게 보태며 달콤하게 살다가 자연사할 것인지, 그것을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 기회의 불평등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할 것인지. 혹은 평생 새장 속에 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창공으로 비상할 것인지.


혹 나도 내가 가진 기술과 재능을 세상을 위해 봉사를 할 수 있다면 행복을 느끼고 심령에 뜨거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까? 그냥 지금처럼 돈이나 벌면서 내 가족을 위해 작은 행복이라 느끼며 살다 보면 '그래 누구나 사는 그게 인생이다'라고 작은 깨우침을 얻게 되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잠시 이런 생각은 해 보았습니다. 


40대가 되면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하는 것 같습니다. 


80년, 사람의 인생을 하루라고 친다면 그 절반인 마흔 살은 겨우 오전 12시, 정오에 해당한다. 그러니 사십 대 초반인 나는 이제 점심을 먹은 후 커피 한잔 마시는 시간에 와 있는 거다. 아직 오후와 저녁과 밤 시간이 창창하게 남았는데 늦기는 뭐가 늦었다는 말인가. 뭐라도 새로 시작할 시간은 충분하다. 하다가 제풀에 지쳐 중단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에고공 이 책에도 '인생시계'를 인용하고 있네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죠. 저도 학교에서 강의할 때 대학이 마치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 학생들에게 그들의 생각을 깨치려 독서의 중요성과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치기 위해 인생시계를 자주 인용했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게 해 준 것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때문입니다. 혹 세상으로 향하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조금 실망하는 청춘들이 있다면 김난도 교수님의 책을 추천해 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지금 딱 생각에 남는 것만 정리하면...


생명의 중요성

바닷가에 사는 한 어부가 아침마다 해변으로 밀려온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져 살려주었다. "그 수많은 불가사리 중 겨우 몇 마리를 살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동네 사람의 물음에 어부는 대답했다. "그 불가사리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진 거죠"


2만 원의 기적

한 달에 2만 원 나에게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무방한 그 돈으로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낀다. 사실 금전적인 부분의 많은 부분은 아내에게 일임하고 있고 월 2만 원 기부금도 그냥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위해서 아내가 납부하고 있는 것이 전부인데... 그냥 아무런 의미 없이 하는 것보다(아니 그냥 내는 돈도 누군가에는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서 한 달에 몇 차례 먹는 치킨이나 피자 등의 간식비나 외식비를 아껴서 의미 있는 소비를 한다면 그리고 아이들이 동참하게 하고 그들의 삶을 깨닫고 느끼게 해 준다면 생각과 마음이 따듯하고 올바른 아이들로 자라나 주지 않을까?


세상을 위한 작은 실천

티 나게 선행을 할 수는 없지만 '착한 소비'라도 하도록 하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 이것은 당장 실행할 수 있고 실행하는데 아무런 어려움도 문제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하나를 실천해 보았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이왕이면 아름다운 커피(공정무역)를 통해서 소비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닐 거다.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이자 수업료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정상에 서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나도 누군가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함을 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또 누군가의 우산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까이고 비에 흠뻑 젖더라도 내 길을 찾아 작은 봉우리라도 정상에 서서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이 노래를 듣고 싶다.



나는 나비 - 윤도현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벗어 
한번 두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젠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거미줄을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사마귀를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꽃들의 사랑을 전하는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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