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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Sep 12. 2021

네이버 블로그 15년 하면 생기는 일

글쓰기 플랫폼으로의 네이버 블로그


15년 전 나는 인터넷을 뒤지면서 찾은 재미있는 것들을 어딘가에 올려서 두고두고 본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네이버 블로그 였고, 재미있는 사진이나 그때 관심있던 만화 같은 것의 단편적인 이미지를 네이버 블로그에 조금씩 올렸다. 그러다가 조금씩 내 생각이나 일기 같은 것들을 적기 시작했고, 계속 적었다. 



15년동안 했다. 계속. 



그렇게 나는 15년 동안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작성했다. 나는 원래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들이 많았고,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써 두기에는 블로그가 아주 좋은 수단이 되었다. 짧게 생각한 주제들도 있었고 길게 생각한 주제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생각한 주제에 대해서만 글을 쓰지 않고, 본 영화나 가봤던 여행지, 사용했던 제품에 대한 후기들도 적게 되었다. 그렇게 작성한 글이 15년동안 2000개가 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작성한 낙서 글들이 400개는 되는 것 같으니, 대략 1500개 정도의 글이 내가 생각을 담아 의지로 여태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인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정도면 파워블로거 아니냐고 하지만, 파워블로거는 일상생활에 위력을 가할 수 있을 때 그렇게 부를만한 것이고 나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냥 아주 오랫동안 네이버 블로그를 꾸준히 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돈을 많이 벌었을까? 아니면 유명해졌을까? 별로 대단할 것도 없이 그냥 꾸준히 글을 15년동안 쓰기만 한 사람이 요즘 들어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이란, 이런 것들이다. 






1. 잡초와 잡초 또 잡초



최근 들어 바이럴 업체가 난립하면서, 그저 사람이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싶은 블로그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스팸성 바이럴 제의가 난무하고 있다. 보통 블로그에 글을 하나 쓰는데 얼마 돈을 준다고 하거나, 블로그를 통째로 임대하는데 얼마를 주겠다 하는 경우이다. 보자마자 차단과 스팸신고를 하지만 새 소식 알람의 대부분이 이런 것들이다. 


게시글에 댓글로 남기는 경우도 있고, 외부인도 작성할 수 있는 블로그 방명록인 안부게시판에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안부게시판의 댓글에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개선이 많이 된 상태이지만 아직도 블로그에 남기는 흔적을 바로 스팸 차단 처리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매우 성가시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들어 단가가 급격히 올랐다는 것인데, 몇 년 전 블로그 매매 기준 단가가 100만원 이하였던 것에 지금은 300만원 이상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 사업구조가 어떻게 되는건진 알 수 없지만 파이가 커진 만큼 오고가는 것이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홍보같은 식상한 컨텐츠가 아니라지만 식상한 컨텐츠라는거 모두가 아는 신비한 현실



2. 개인보다 사업자


네이버 블로그를 하며 접하는 사업자들은 비단 바이럴 업체 뿐만이 아니다. 상업적인 홍보 목적으로 개설된 블로그 계정들도 홍보를 한다. 다양한 업체가 개인 홍보 목적으로 블로그를 관리하는데 이런 업체의 댓글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 상업적인 블로그를 관리하는 사람이 정말 상업적인 목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내 의도와는 상관없는 사업자의 상호명은 절대로 블로그에 노출 시키고 싶지 않다. 그러나 수많은 사업체가 홍보 목적의 블로그를 가지고 있고, 나 포함 수많은 사람들의 블로그 게시물에 공감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아주 거슬리는 일인데, 나에게는 이 업체들의 아이디와 내 블로그에 남기는 흔적 자체가 홍보의 일환이다. 내 개인적인 일기장에 광고를 첨부하는 일과 똑같이 느껴지기에 공감이나 댓글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삭제하곤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도 관련 키워드로 사진을 올리면 연관된 사업자 계정이 하트를 누른다거나 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니, 이런 흐름은 다른 SNS 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광고는 끝이 없다 
식육업체는 과연 정말 이 게시글을 읽고 관심이 있어서 안부게시판에 글을 남겼을까?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3. 글쓰기 보다는 정보 교류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글이 노출되는 방식은 네이버 안에서 검색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네이버에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글을 쓴다. 개개인이 쓴 글에 흥미를 느끼고 그런 글을 읽기 위해 특정 주제를 검색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네이버 블로그에는 다양한 방면의 정보와 생활후기에 대해서는 엄청난 수준으로 자료가 쌓이고 그런 부분에서의 교류는 매우 활발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 특별히 관심을 받을 만한 계기 없이, 개인적인 생각과 글을 쓰고 남긴다면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눈다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던 정보를 기록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에 좀 더 특화된 방식이다. 네이버라는 독점적 포털과 연결되는 네이버 블로그 특성상 정보의 수요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은 앞서 설명했던 상업적 목적 블로그가 난립하고 바이럴 업체가 그저 사람이 쓴 것 같아 보이는 블로그에는 모조리 스팸을 날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다. 대부분 네이버에서 정보를 검색하니 뒷광고를 하려면 네이버에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여태까지  정보 교류 글보다 수필 글쓰기를 훨씬 많이 했지만, 유입 경로는 대부분이 정보 교류 쪽이다







최근 들어 네이버 블로그는 라이프로그 블로그 라는 컨셉으로 홍보를 한 적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 이야기가 블로그에 기록되는 방식을 보여준 홍보였다. 네이버 블로그가 가 새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그리고 자신들이 의도하고자 하는 주 사용자층이 그 광고에서 보이는 듯 했다. 각각 다른 색을 지닌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지금 네이버 블로그에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의 문제들은 오로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정보 전달과 교류에 집중된 네이버 블로그들의 방향이 뒷광고 업체와 사업자들로 범람하며 뒤틀리기 시작한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네이버 블로그에 호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해나갈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네이버 블로그에도 심각한 위협이다. 



본래의 목적보다는 경제적인 목적이 섞인 방향으로 뒤틀리는 것은 어떤 플랫폼에 어떤 생태계라도 똑같은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라이프로그 블로그 홍보는 나에게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정보와 사용자를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덩치 키우기에 주목한다 느꼈던 네이버 블로그가, 지금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하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네이버 블로그가 지금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던 라이프로그 블로그 캠페인






사실 네이버 블로그를 오래 하고 그 한계점 때문에 다른 글쓰기 플랫폼을 찾아 브런치에 발을 들였지만, 그래도 네이버 블로그를 완전히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두 곳의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 뿐이다.



비록 요즘 들어 네이버 블로그가 온갖 광고와 스팸으로 홍역을 치룬다 해도, 아무런 일도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종종 별 기대 하지 않고 나눴던 사소한 대화들이 아직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내 생각을 쓴 글을 보고 나를 위로해 준 사람도 있었고, 나와 댓글로 대화하며 대화 하는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 해 준 사람도 있었다. 다른 사람과 다퉈서 그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내 글을 읽게 되어 댓글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소한 만남들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그저 내가 쓴 글을 통해서 알게 되어 짧게 혹은 길게 대화를 나눴던 순간들이 블로그의 댓글과 내 마음 속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옛날부터 했던 생각도, 최근에 한 생각들도 모두 그곳에 남아 있다.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는 형태로.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이런 길던 작던 소중한 대화들을 기억한다 



라이프로그 블로그가 말하던 기록이, 그런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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