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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등학교때 추억은 뭘까

일본 여행중 하기엔 좀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by 문현준

동생과 함께 갔던 일본 여행 중에, 동생은 숙소에 있고 나는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었다. 동생은 그냥 쉬고 싶다고 해서 숙소에 있고, 나는 일본 와서 가만히 있긴 좀 그래서 혼자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며 장소를 돌아보곤 했던 것이다.




벚꽃이 한창 피어 있던 때라서,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사람들로 붐비거나 사진이 예쁘게 나올 것 같은 곳을 보면 가서 사진을 찍고 아무 생각 없이 걸어다니곤 했다.




그러다가 작은 호수 주위로 공원이 있고 벚꽃이 피어 있는 곳을 구경했는데, 주위에 노점상 천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이런저런 간식과 기념품을 파는 것이 재미있어 구경하며 통과했다.




묘하게 재미있어 보였던, 노 젓는 표지판




그런데 지나가다가 재미있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로 붐비는 공원과 그 사이에서 메뉴인지 무엇인지 적혀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들이밀며 호객을 하는 사람들 옆에서, 어떤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바닥에 앉아서 앞쪽에 있는, 작은 바위를 상처럼 써서 그 위에다가 음식을 늘어놓았다. 이온음료 같은 음료를 옆에 함께 두고 소풍 온 것처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옆에서 한껏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짙은 남색 교복과 옆의 등가방을 보니, 두 사람이 학생이라는 것을 알았다.




문득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사진을 한 장 찍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길 옆, 바위를 두고 시간을 보내던 두 여학생




그 사진을 찍고 나서, 다른 장소를 보고 돌아오던 나는 그 두 학생이 학생시절의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떠올리다 보니 나는 옛날 고등학교때 중학교 때 무엇을 했던가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있었는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잊어 버린 것인지 몰라도, 비슷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함께 광화문의 교보문고에 간다던가 하는 일은 떠올랐지만, 그때 그 여학생들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었던 것 같은 기억은 없었다.




꼭 그 여학생들과 비슷한 추억을 만들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문득 내 학창시절에 어떤 즐거운 추억이 있었나 하고 떠올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며, 각각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곳에서, 골몰하며 생각에 잠길 만한 주제는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떠올리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계획 없이 지나가던 여행의 매력 아니었을까.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생각하지 않던 것을 떠올렸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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