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 말이 떠오를 때
옛날 독서모임을 하던 때가 있었다. 하다 보니 나중에 내가 독서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상상 이상으로 없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는 것이 좋았다.
이후에는 다른 취미들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정을 진행하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사소하지만 내가 일정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입장에서, 그 일정에 관심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처음 보는 사람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기획한 행사에 오고 더이상 오지 않았다. 첫 방문 후 커뮤니티를 떠나거나, 첫 방문 후 꽤 오랫동안 아무런 활동이 없다가 커뮤니티를 떠나곤 했다.
물론 그러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꽤 자주 행사에 참여하면서,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행사에 참여해 좋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의 만족이 내 만족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 방문하고 더이상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왜 그 사람들이 한 번 오고 더이상 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밥을 먹다가 나온 씹어버린 모래알을 찾기 위해 씹던 밥을 혀로 뒤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종종 왜 그 사람들이 한 번 오고 더이상 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었을까? 생각한 것과 달랐을까? 아니면 다 괜찮았는데 그날 함께한 사람들과 맞지 않았을까? 혹은 나와 맞지 않았을까?
사실 사람들이 떠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알 수 있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오는 것처럼, 떠나는 것이다. 각각의 이유가 있어 떠났겠지만 그 이유는 내가 알 수 없고, 내가 알 수 없는 이상 중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들이 떠났다는 행동만 받아들이고, 떠난 이유라는 감정은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나간 사람들이 왜 떠났을까 생각하면 유쾌하지는 않다. 혹여나 내가 뭔가를 다르게 했더라면, 혹은 내가 좀 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들을 더 만족스럽게 하고 떠나지 않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글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큰 고통을 주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고 어느날 말 없이 사라지라는 것이었다. 한때 지나간 사람들을 계속 생각하는걸 보면, 그 사람들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