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떤 것에도 완벽히 솔직할 수 없겠지만
아주 옛날에 개인 블로그에 가족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가족과 같이 사는 것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자취를 하고 싶지만 미래를 팔아 지금 당장의 자취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그 결론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내가 돈이 없다는 사실과, 내가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은 결과가 지금 이 순간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인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으로 매우 답답했다.
그런데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솔직하게 그걸 쓸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잡생각이 있고, 잡생각을 한 군데에 고정시켜서 만든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 나는 세 가지가 모두 각각의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내 잡생각을 꺼내어 글로 써내는 것에 대해 굉장히 주저했다. 나중에 내가 그 글을 다시 보았을 때 무안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싶었다.
어쩌면 내가 블로그를 10 년 넘게 해서, 블로그만 잘 뜯어본다면 내가 누군지 알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내 생각을 꺼내서 거칠게 적어 놓는 것이 더 꺼려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중에 누군가에게 내 블로그를 알려 줬을 때, 내가 창피함이 없기를 바랐다. 그런데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서 정리해 놓은 글을 다른 사람에게 이것도 내 모습이라고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데 내가 왜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고 있을까. 결국엔 내가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서, 나중에 내 생각을 돌아보기 위해서 글을 써 왔던 것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내 글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않고, 가끔은 원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조금 과격할지라도, 솔직하게 적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한 끝에 브런치를 시작했었다. 블로그가 솔직하게 쓰다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저하기 시작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나중에 이 글들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브런치를 쓴다면 괜찮을 것 같아서. 블로그에는 조금 과격하게 적었던 글들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리 정돈해서 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 좀 더 마음 편하게,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최근 들어 글을 쓰다가, 이 글을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내 솔직한 감정을 꺾어서 최대한 말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세탁하고 세탁하는 나 자신을 느꼈다. 몇 번의 세탁을 마친 뒤 완성된 글은 아무리 봐도 내가 맨 처음 생각했던 그 감정과는 거리가 있어서, 나중에 내가 그 글을 읽어도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쓸 수 있을지 도저히 알 수 없을 것 같을 정도였다.
그 글을 써서 마무리 하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솔직하게 쓸 수 없는 글이라면, 내 생각을 정리한다는 맨 처음의 내 생각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솔직하기만 한 글을 나중에 내가 다시 보고 창피하고 무안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그 생각에 대해 당당한가?
세상에 완전히 솔직한 것은 없다는 아주 기초적인 사실을, 다시한번 느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