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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졸리는 곳

동생과 삿포로 여행

by 문현준

2018년, 그때 당시 연례 행사이던 동생과의 일본 여행. 동생이 오직 단 한 번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때 동생과 함께 일정을 맞춰 일본을 가곤 했다. 그때도 미리 준비하다가, 일정이 정확하게 잡히지 않은 동생을 기다리다 보니 선택지가 애매해졌다. 그러다가 동생이 삿포로에 가 보자고 했고, 나는 동생에게 무조건 맞춰 진행한다는 생각에 한번 그래 보자고 했다.




사실 삿포로 하면 내가 생각하던 가 보고 싶었던 장소들이 있었지만, 동생과 함께 가기는 애매한 곳들이었다. 하지만 동생과 나는 일본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였기에, 가서 뭐라도 하면 재밌겠지 같이 나는 절대로 하지 않는, 하지만 동생과 같이 여행 간다니까 할 수 있는 생각을 하며 아침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나는 공항 버스를 타고 나서 놓고 온 것은 없는지 짐을 뒤적거리다가 탄식을 내뱉었다. 야 큰일났어, 놓고왔어. 동생이 여권이라도 놓고 왔냐는 말에 나는 나지막히 말했다. 카메라. 카메라가 없으면 사진을 뭘로 찍을 것인가? 기록을 할 기계의 스펙이 기록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인데.




그것이 동생과의 삿포로 여행에서 모든 사진이 폰카로 찍힌 이유이다.




삿포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가야 했던 삿포로 역




공항에 도착하고 시골길을 달리는 것 같은 전철을 타니, 삿포로에 도착했다. 삿포로 여행에서의 날씨는 정말 오락가락해서, 하루 안에서도 날씨가 좋다 구름이 꼈다 눈이 내렸다를 반복했다.




숙소는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좋은 숙소를 써 보고 싶다는 동생의 말에 반짝반짝한 숙소를 예약했었다. 사람은 항상 격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나에게 동생은 자기 카드를 내밀었고 나는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숙소에 체크인 하러 가는 길에 거대한 게 조형물이 걸려 있는 가게를 보았는데, 삿포로가 게 요리로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번 먹어 볼까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게 하면 비싸게 돈 내고 사서 횟집의 찜기 안에 넣어서 쪄 먹는 그것이 떠올랐는데, 동생은 몰라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체크인을 마치고 나서 뭘 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삿포로에 왔는데 게를 먹지 않는다면 아쉽지 않을까 해서, 아까 보면서 지나쳤던 그 게 요리집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멀리서 봐도 한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게 음식점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지 영어가 적혀 있어 편했다




나와 동생이 예상했던 게 요리와는 다르게, 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순서대로 내어 주는 가게였다. 나는 게를 먹지 않아서 대게나 홍게나 킹크랩 같은 것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게 요리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다양한 게 요리를 먹어 보는 것은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때 익히지 않은 게의 생살도 먹어 보았는데, 게장류도 안 먹는 나에게는 열을 가하지 않은 게를 먹는 몇 안되는 경험이었다. 다만 맛은 두고두고 떠올릴 정도로 기억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새로운 경험으로만 남았던 것 같다.




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나왔던 음식점




게의 생살과 게 샤브샤브 등 다양한 요리를 먹어볼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적당히 돌아다니다가, 삿포로의 전경이 보고 싶어서 근처의 전망대를 알아봐 한 곳을 찾아 올라갔었다. 삿포로 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올라가니 삿포로의 주위 전망이 탁 트여 보였다.




위쪽에서 내려다 본 삿포로는, 도시가 반듯하게 잘 계획되어 있는 것 같았다. 쭉 뻗은 길을 따라서 크고 작은 건물들이 구역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카페에서는 음료도 팔고 있어서, 전망이 좋은 곳에 앉아서 어둠이 찾아오며 하나 둘 빛이 밝아오는 삿포로를 구경했다.




그리고 이곳의 음악은 잔잔해서 전망대 내부 공간과 잘 어울렸는데, 정말 참을 수 없는 졸음을 불러왔다. 동생과 나란히 의자에 앉아 잠깐 졸았다.




JR 타워 전망대에서 본 삿포로의 전경




카페에서 사 먹은 진저 에일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기다렸던, 도시의 밤 전경




숙소로 돌아가는 길, 길에서 덮밥집을 발견했다. 마땅히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였기에, 들어가서 덮밥을 사먹었었다. 동생은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같은 곳에서 두 번 먹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곳에서 동생이 몇 번 더 먹었던 것을 생각하면 동생 입맛에 꽤 맞았던 모양이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던 가게




동생이 꽤 마음에 들어했던 덮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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