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게 정말 에펠탑인줄 알았다
어릴 적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던 시절, 일본 월페이퍼를 많이 찾던 기억이 난다. 월페이퍼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이미지를 검색하면 선명한 고화질 사진을 많이 찾을 수 있었는데, 사진 검색하는 법을 잘 모를 정도로 어렸던 나는 월페이퍼를 검색하면 선명한 사진을 구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 이런저런 다양한 일본 사진을 보면서 나중에 한번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 하나 인상적인 사진이 있었다. 높고 낮은 건물들 사이로 솟아 있는 뾰족한 탑. 그것은 내가 다른 곳에서 봤던 에펠 탑의 사진과 아주 똑같아 보였다. 왜 일본 사진에 에펠 탑 사진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것이 진짜 에팔 탑인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에펠 탑과 비교하면 여러가지가 다른데, 가장 큰 차이점은 에펠 탑 주위는 공원이라 높은 건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본 사진은, 높고 낮아도 빽뺵한 빌딩 숲이 주위로 빈틈없이 들어차 있고 그 사이에 철골 탑이 서 있는 것이었다.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에펠탑이 아니라, 도쿄에 있는 도쿄타워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도쿄에 와서, 내 기억 속의 에펠 탑을, 도쿄 타워를 구경하러 가 보기로 했다.
에펠탑을 생각해 볼 때 에펠탑을 예쁘게 볼 수 있는 곳은 에펠탑 위가 아니라 에펠탑 근처의 다른 명소들이다. 그러니까, 도쿄 타워를 보기 위해서는 도쿄 타워 위가 아니라 도쿄 타워가 잘 보이는 다른 곳을 가야 할 것이다. 도쿄 타워 근처의 모리타워 위에, 도쿄 시티뷰 라는 전망대가 있어 이곳을 가 보기로 했다.
모리타워에 가까이 가는데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티켓을 들이밀며 표를 사라고 하는 것 같아서, 무사히 지나치고 타워로 올라가니 안쪽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마블 영화 관련 전시회를 하는 것인지, 아이언맨 수트를 전시해 놓고 영화 영상을 틀어 놓고 있었다.
전시회 주위로는 모리타워 근처의 도쿄 전망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도쿄 타워. 그건 정말 에펠탑과 비슷했다.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그 사진,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자리잡은 첨탑의 사진과 같은 그 모습.
아주 옛날 사진 검색하는 법도 잘 모를 때 봤던 그 모습이, 눈 앞에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전망대 안은 조명이나 다른 것들로 밝은 편인데, 전망대 밖의 전망은 깊은 밤이라 어두운 편이었다. 도시 안에 반짝이는 불빛들이 있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안은 환하고 밖은 어두우니, 사진을 찍다 보면 안쪽 풍경이 비춰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까 싶어서 이런 저런 것들을 해 보았었는데, 보통 이럴때 하는 것은 카메라를 유리창에 아예 딱 붙여서 대고 찍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래도 안쪽의 풍경이 유리에 비춰서 사진이 맘에 들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 생각을 해 보다가, 안쪽을 밖처럼 어둡게 하고 찍으면 되겠다 싶어서, 그때 가지고 있던 것으로 어찌어찌 카메라 주위를 가려놓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랬더니 비교적 비추는 것이 없는 맑은 사진이 나와서, 찍고 싶었던 사진을 편하게 찍었었다.
나는 혼자 와서 둘러보았지만, 주위에는 둘이나 셋이서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 주거나, 카메라 주위를 감싸서 밖 사진 찍는 것을 도와 주거나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들여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는 커플을 많이 봤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다양한 빛들과 도쿄타워를 봤던 그 밤의 풍경들. 나는 그래도 도시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