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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를 왜 안 가는 걸까

가다 보니 알게 된 그 이유

by 문현준

여행 계획에는 두 가지가 있다.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여행 계획,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여행 계획. 울릉도는 두 번째였다. 이번 여름에 울릉도를 가겠다고 하니, 그 누구도 거기 괜찮아,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울릉도의 자연이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예전부터 가 보고 싶었다. 비록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번거로워서 해외여행을 가는 것보다 귀찮다고 느꼈지만, 좌우지간 숙소도 예약했고, 배 타러 갈 기차도 예약했고, 배편도 예약했다.




그리고 드디어 출발하는 날, 울릉도를 향해 먼먼 여정을 떠났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제대로 된 여행을 간지 오랜만이었다




기차를 타기 전 잠깐의 시간동안 사진을 찍었다




출발하는 날 서울에 오던 비




울릉도에 가기로 한 날이 다가올 때마다 과연 날씨가 어떨지 걱정하면서 일기예보를 들여다봤지만, 내 걱정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듯 흐린 날씨에 비가 내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씨가 조금씩 괜찮아 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에, 어떻게든 되겠지, 배만 끊기지 않으면 된다 하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국내 여행을 자주 떠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서인지 나에게 서울역은 익숙한 장소가 아니었다. 최근 들어서 규제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2022년 8월은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하던 때였다. 그래서인지 서울역에서 봤던 붐비는 사람들이 나에겐 꽤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런 북적이는 장소는 나에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엄마 친구분을 만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기차를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울릉도로 가는 배는 묵호와 다른 동해의 항구들에서 출발했는데, 우리는 묵호에서 출발하고 싶었지만 원하던 여객선 스케줄이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 하게 포항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여객선을 타야 했다. 아침에 기차를 타고 출발해서 포항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뒤, 배를 타고 밤 늦게 울릉도에 도착하는 일정. 가볍게 떠나기에는 좋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이미 그걸 각오하고 울릉도로 떠나기로 결정했었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포항역에서 내린 뒤, 일단 버스를 타고 포항여객선 터미널로 갔다. 보통 터미널에는 가방을 넣어 두는 보관함 같은 것이 있으니, 그곳에다가 짐을 넣어놓고 가까운 영일대를 구경하고 밥을 먹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흔한 가방 보관함 하나 없다. 진짜 없나요? 물어보니 없단다. 물어보니 없다는 터미널 직원들에게 가방을 맡아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런 불편한 부탁은 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 가방을 덜컹거리며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가 보았다. 가방을 달고 다니는 이상 중요한 것은 로컬 맛집이 아니다. 편하게 밥을 먹고, 가방을 맡아줄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점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가장 가까운, 4층짜리 건물을 쓰는 해물 음식점에 갔다. 딱히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던 해물탕과 물회 등의 요리를 먹고 나서 잠시 가방을 둬도 되겠냐고 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는 듯이 가게에서는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음식 가격은 가방 보관 가격이라고 생각하며, 짧은 시간동안 영일대 해수욕장 구경을 했다.




엄마와 엄마 친구가 영일대 해수욕장의 스타벅스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나는 뭐라도 한번 구경하고 싶어서 영일대 해수욕장 끝까지 걸어가 보았다. 바다 한복판에 있는 한옥 건물이 인상적인 영일교와, 저 멀리 언덕 위에 있는 하얀 수염같은 구조물은 뭔가 해서 봤더니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였다.




영일대 해수욕장의 전경




여행지에 가면 있는 표지판, 그리고 갈매기




포항의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비록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한여름 피서지 느낌이 물씬 나는 방문객들과 조개구이집, 한껏 나른해진 분위기를 구경하며 스타벅스로 돌아가니 엄마와 엄마 친구가 멀미약을 내밀었다. 아 나는 이런거 안 먹어도 된다~ 하면서 아저씨마냥 손을 내저었지만, 먹어도 손해는 안 보겠다 싶어서 한번 먹어 보았다.




그렇게 멀미약까지 먹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니, 아까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터미널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곧 탑승이 시작되고, 다시 가방을 덜컹거리면서 여객선 타는 곳으로 갔다. 여행가방을 들고 있는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작은 여객선 안으로 들어갔다.




출발 시간이 되자 붐비던 여객선 터미널




포항과 울릉도를 잇는 여객선




여객선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은 필수 코스이다




작은 여객선이지만 화장실과 매점 등 있을 것은 다 있었다. 흐릿한 포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해안을 떠나서 동해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바다 구경을 하려던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빨리 찾아온 밤이었다. 이내 밤이 깊어지면서 창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창가에 튀는 바닷물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배가 꽤 빠르게 달리는지 파도를 넘을 때마다 기우뚱 거리는 것이 느껴졌고,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곧 잠에 빠져들어 배 안에서는 낮은 엔진소리와 조용히 떠드는 티비소리만 들렸다. 역시 멀미약을 먹기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창문에 튀기는 물방울 너머로, 불빛들이 보였다. 오징어잡이 배일까 어선일까 아니면 울릉도의 빛일까 했는데, 빛만 보여서 아무리 해도 섬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울릉도에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가 다 되어서, 섬에 아주 가까이 갔을 때나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울릉도의 도동에 도착했다.




집에서 출발한 지 12시간이 넘어서 도착했던, 울릉도 도동




기다리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던 사람들




그런데 택시를 타고 저동의 숙소로 가려는데, 그 어떤 택시도 보이지 않는다. 택시 회사라고 적힌 번호로 연락해 봤더니, 좀 있으면 택시가 정류장에 간다고 할 뿐 택시가 언제 온다는 말이 없었다. 그 뒤로 더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았다.




결국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사장님도 택시가 좀 있으면 올 거라고 말 했지만,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택시가 한 대도 안 보인다고 말 하니, 직접 데리러 가겠다고 말 해 주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형차 하나가 나타났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차에 오르고, 울릉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울릉도에서는 밤이 일찍 찾아온다는 말, 숙소가 저동에 많다는 말. 그러는 사이 차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 골짜기 하나를 넘어가 저동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풀어놓으니 아주 늦은 시간이었지만, 뭔가 그냥 자긴 아까워서 바로 앞쪽 방파제로 가 보기로 했다. 어둠 속 빛을 받은 독특한 암석이 보였다. 촛대바위라고 불리는 그것에 가까이 가니, 어둠 속 저동의 풍경이 보였다.




깊은 밤 문 닫은 저동의 상점들




이날 있었던 행사를 정리하던 사람들




오징어배가 정박해 있는 저동의 앞바다




밤의 조명을 받아 빛나던 촛대바위




몇몇 사람들이 간단한 음식에 술을 먹고 있던 노상 음식점과, 그날 있었던 것 같은 행사를 정리하는 사람들. 그렇게, 울릉도에 도착하니 알 수 있었다. 이래서 가기 힘들다고 하는 거구나.




울릉도의 첫 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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