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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는 가급적 차를 타자

봉래폭포는 굳이 걸어서 안 가도 된다

by 문현준

8월의 어느 여름날, 여행지로 결정한 울릉도. 아침에 나와 밤 10시가 넘어 울릉도에 도착하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밤 항구 구경만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날씨가 맑기를 기대했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두꺼운 구름이 아쉬웠다. 비가 오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가니, 흐린 날씨의 진한 구름 사이로 옅은 파란색이 보여 좀 있으면 날씨가 괜찮아지려나 싶었다.




아침은 숙소에서 가까운 골목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었는데, 밥이 맛있는 집 이라고 되어 있는 곳에 들어가니 장사를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울릉도에서는 음식점들이 아침 일찍 시작했다가 장사를 하고 쉰다나. 단체 여행객들의 아침 식사가 이른 시간에 잡혀 있다고 해서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아직 밥을 먹을 수 있어, 그곳에서 홍합밥을 먹기로 했다.




가격은 내가 울릉도에 대해 들어 보았던 것과 일치했지만, 해물이 들어간 홍합밥과 나오는 반찬들이 인상적이었다. 명이나물을 먹어 보았는데, 서울의 고깃집에서 먹던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일전에 먹었던 명이나물은 단순한 야채 절임이었는데, 울릉도에서 먹은 명이 나물은 마늘향이 느껴지는 풋풋함이 좋았다.




밥을 다 먹고 믹스커피를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 엄마에게, 가게 사장님은 미안하지만 커피를 먹으려면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로 가야 한다고 했다. 울릉도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팔고 있는 음식은 서비스로 주지 않는다 라고 말했던 것 같다. 음식점에서 조금 나와 걸어가 저동의 카페에 가서 그날 뭘 할지 생각해 보았다.




첫날 아침으로 먹었던 홍합밥




같이 나온 반찬의 명이나물이 좋았다




커피를 조금 마시고 나서, 일단 어제 밤에 봤던 촛대바위를 가 보기로 했다. 아침이 되니 촛대바위 앞쪽에서 울릉도의 섬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비록 섬 위쪽으로는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근처로 퍼진 섬의 능선도 볼 수 있었다. 섬 위쪽보다는 해안 쪽으로 내려오는 능선이 이국적인 모습이라 한참을 쳐다봤다.




저동 방파제 위쪽을 구경하고 근처를 보니, 바다 쪽으로 작은 해안 산책로가 이어져 있었다. 내려가서 구경하니, 바다와 바짝 맞닿아 있는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면 도동으로 걸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공사중인 것 같아 계속 갈 수는 없었다.




짧은 산책로를 다시 돌아 나와서 일단 도동 쪽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돌아오는 중에 촛대바위 쪽 주차장으로 관광버스들이 들락날락 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촛대바위 구경도 하고 앞쪽의 건어물 판매장도 구경한다. 나는 바로 앞쪽의 얼음 공급탑을 구경했다. 새 머리 모양으로 만들어 둔 것이 재미있었다.




구름에 가려진 울릉도 전경




울릉도의 산 능선은 한국에서 못 본 것 같은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저동 쪽 해안산책로에서 본 낚시하는 사람들




저동 항구에 있던 어선과 새 모양 얼음탑




저동 바다 쪽을 구경하고 나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지도에서 알아봤던 곳이 떠올랐다. 봉래폭포라는 곳이 저동 쪽에서 갈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길을 보니 저동 뒤쪽 골짜기로 올라가게 되어 있어서, 한번 천천히 걸어가 보자고 했다.




한번 걸어가 보자는 그 말, 나는 그 말을 하면 안되었다.




저동에서 출발해 걸어갔던, 봉래폭포 가는 길




걸어서 봉래폭포 입구까지 가려면 한참을 가야 했다




저동에서 출발해 봉래폭포 산책로 입구까지 가는 버스가 있음에도 나는 언덕길을 만만히 보고 한번 걸어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한참 올라가도 나오지 않는 봉래폭포 입구까지 한참을 걸어갔다. 엄마와 엄마 친구를 모시고.




분명히 지도 상에서는 가까웠는데 걸어가다 보니 한참 시간이 걸려서, 울릉도 안에서는 최대한 버스를 이용해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걸어다니는 명소가 많은 울릉도에선, 최대한 차를 타는 것이 좋다는 것도 갈수록 실감하게 되었다.




비록 많이 걸어가긴 했지만, 봉래폭포 위쪽까지 올라가는 와중에 점점 구름이 걷혀가며 파란 하늘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중간에 새들도 볼 수 있었는데, 울릉도가 섬이라 그런지 서울에서는 한번도 못 본 것 같은 새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봉래폭포까지 가는 길, 점점 하늘이 맑아졌다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가고 나니, 화장실이 있는 봉래폭포 입구가 나왔다. 도착하자 마자 버스 정류장에 있는 버스 시간표부터 확인하고 나서, 봉래폭포 매표소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봉래폭포 입구부터 시작하는 안쪽 길은 비교적 완만해서 산책로 같은 느낌이었다.




가다가 중간에 있는 풍혈 이라는 곳도 들어가 보았는데, 바위투성이의 공간이 낮은 기온으로 유지되며 차가운 바람을 내뿜는다고 한다. 들어가자 마자 안경이 뿌옇게 변할 정도로 차가운 공기는 약간 습하긴 했어도, 걸으면서 흘린 땀을 식히게 해 주었다.




상상 이외로 서늘한 바람이 나왔던 풍혈




봉래폭포 매표소 안쪽은 비교적 편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봉래폭포에 가면서 중간에 물에 한번 발을 담궈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봉래폭포 물은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가까이 갈 수 없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물은 철조망 너머로만 볼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계속해서 걸어가니, 봉래폭포 전망대가 나왔다. 봉래폭포를 보기 좋은 작은 공간이 있고, 사진을 찍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가까이서 본 봉래폭포는, 생각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다. 더 가까이 갈 수 없고 먼발치에서 볼 수밖에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가까이 갈 수 없고 멀리서 구경해야 했던 봉래폭포




그래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보다 좀 더 작게 느껴졌다




봉래폭포를 보고 내려오던 길




봉래폭포를 구경하고 내려와서, 매표소 옆에 있는 휴게소에서 쉬었다. 울릉도 곳곳에서 흔하게 팔고 있는 호박 식혜를 먹으며,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시간 맞춰 도착한 버스는 신속하고 편하게 우리를 도동 한복판에 데려다 주었다.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은 최대한 타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봉래폭포 휴게소에서의 짧은 휴식 시간에, 버스의 중요함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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