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라 카페에서 작업하는 이유
보통 주말에 이것저것 하다 보면 카페에 갈 시간이 없다. 카페에 가서 정해진 시간에 뭐를 해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하러 갈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주말 이외에 휴일이 있어서, 밀린 작업을 정리하러 카페에 가야겠다 싶었다. 계획만 잘 세워놓고 하지 않은 것을 마무리 하기에는 카페가 제격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엄마와 밖에서 밥을 먹고 집에 들어가서 짐을 정리해 카페에 가겠다고 했다. 어차피 집에서 해봤자 늘어지기밖에 더하나, 차라리 카페 가서 작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라고 말했다. 그 말을 하고 나니 옛날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왜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하는가, 였다. 어느정도의 창조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정적인 공간이나 너무 역동적인 공간보다는, 적당한 그 중간지점인 카페가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도 있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집에서 작업을 하기엔 침대나 다른 것들 등의 방해 요소가 너무 많다, 카페에서 작업하는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라는 것 만으로 설명하기엔 조금 부족했다. 집에 음료도 있고 간식도 있는데, 왜 돈을 아끼고 집에서 작업할 생각을 하지 않고 짐을 싸서 집 밖으로 나오는 시간과 간식을 사는 비용을 지출하면서 까지 집 밖에서 작업을 하는걸까? 왜 굳이 작업을 하는데 추가비용을 지출하는걸까?
집에서 작업할 때 게을러지고 늘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작업을 하겠다고 시간은 투자했지만 투자한 시간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다 해도 그걸 회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손해 봤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아마 그건 작업할 생각이었지만 하지 않았다 해도 그 시간을 그냥 잘 쉬었다고 생각해서, 별다르게 잃은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였던 것 같다. 왜냐면 집에서 작업하기 위해 투입한 자원이 애초에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투자한 시간도, 금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
하지만 작업을 하기 위해 카페를 간다면 어떨까. 카페를 가기 위해 집에서 출발해 밖으로 나오며 시간과 노동력을 썼고, 카페에 자리를 잡기 위해 돈을 썼다. 자기가 가진 자원이 투입되었고, 투입된 자원에 상응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만약 카페에서 어떤 성과도 내지 않고 그냥 돌아간다면, 그것은 완벽한 손해다. 손해를 목전에 둔 사람은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카페에 온 이상, 뭐라도 해야 한다.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사람은 그 어떤 것에도, 아무런 돈을 쓰지 않으면 그 어떤 손실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돈과 시간을 써서 작업할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카페에 갔다. 집에 있으면 게을러져서가 아니라,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이 효율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비용을 먼저 투입하여 손해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사람이란 효율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여태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나는 카페에서 종종 작업을 할 것 같다. 오가는 시간도 썼고 간식비도 썼으니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는 나 자신을 느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