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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 좋아하는 동생, 그리고 나

양껏 먹기와 취향껏 먹기

by 문현준

우리 가족은 지금 뿔뿔이 흩어져서 지내고 있어서, 시간을 맞춰 서울 안에서 만나는 가족 행사를 계획하곤 한다. 행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는 좋은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이때 나와 동생의 메뉴 선호 차이가 나는데, 동생은 비싼 호텔 뷔페를 가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고 나는 적당한 가격의 코스요리를 먹으러 가 보고 싶어한다. 맨 처음 갔던 신라호텔 저녁 뷔페의 바글거리는 느낌에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던 나는 아직도 뷔페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 위해 만인과 투쟁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문득 내가 어릴 적 갔던 고기뷔페 집들이 생각났다.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고기뷔페 집을 가 보았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곱창을 구우면서 곱이 안 나오게 한다면서 끄트머리를 위로 올려 구웠고, 내가 가져 온 떡볶이를 타박하며 고기뷔페 에서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먹는 삼색 아이스크림은 별 말씀을 안하셨다. 아마 고기를 다 먹고 나서였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 후로 꽤 오랫동안 뷔페는 나에게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간다기 보다는 배부르게 먹으러 가는 곳 이라는 생각이었다. 보통 동생과 뷔페를 먹으러 간다고 하면 가기 전에 적당히 먹어서 배고프게 있어야겠다 그래야 많이 먹어서 배를 채울 것 아니냐, 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으니까. 뷔페 가서 본전 뽑는 법 같은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것도 비슷한 이유 아닐까.




그랬던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배부르게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배부르게 먹으러 가는 뷔페는 내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게다가 음식이 어느 때부터 준비되어 있고 함께 뷔페에 온 사람들과 함께 만인의 투쟁을 벌여야 하는 그 환경이 나에게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나는 뷔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옛날 맛있는 음식점의 기준이 양껏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취향껏 먹을 수 있는 곳이 된 것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배부르게 먹게 한다기보다는 명확하게 갈리는 취향에 맞추어 음식을 내어주는 오마카세집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한동안 뷔페는 별로 안 좋다 생각했던 내가,뷔페도 또 나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 같은 음식은 없고, 무슨 음식을 먹어도 배울 것은 있으며, 적당히 먹는 것은 어디를 가더라도 조절하면서 먹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또 갑자기 동생이 뷔페 이야기를 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비록 나는 아직까지는 뷔페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옛날과는 다르게 요새는 가 봐도 괜찮겠다 생각이 들었다. 배 채우기 위해 먹으러 가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조금 먹으면 되는 일이고, 뷔페에 가서도 얼마든지 내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




어디에 가더라도 새로운 경험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뷔페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사실 어디에서도 새로운 경험은 할 수 있을 것이다. 2022 08, 서울 화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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