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들렀던 곳에서 겪은 일
나에게 아침시간은 언제나 힘든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최소한으로 할 것만 하고 나서, 지하철에 탄다. 사람으로 바글거리는 지하철에서 딱 핸드폰 볼 정도의 공간만 확보한 뒤, 걸어서 회사에 가는 것이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때부터 집에 가고 싶어지는 그런 시간이다. 이런 시간대는 항상 힘들어서, 옛날부터 아침 일찍은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내가 일하는 곳 근처에 추천받은 빵 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서 그곳에 들러 빵을 사서 회사에 도착해 먹으면 어떨까 싶었다. 그럼 나중에 시간을 내어 빵집에 가지 않아도 되고, 빵을 아침으로 먹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느날 아침에 15분 정도만 일찍 나와서, 빵집에서 빵을 사서 가져가 먹었다. 비록 내가 찾던 빵이 없어 나중에 다시 가야 했지만, 시간 내서 빵집에 갈 필요 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빵을 먹어 볼 수 있는 것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예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출근길 근처에 있는 내가 가 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서 빵과 음료를 아침으로 먹고 간다면 어떨까? 좀더 시간을 충분히 두고 카페 구경을 할 수도 있고, 나중에 왕복 시간을 들여서 카페를 또 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근처 많은 사무실에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9시 전에 일찍 문을 여는 카페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엔 아침에 꽤 일찍 일어나서 출발해 보았다. 원래는 저녁에 하는 운동을 집에서 하고 출발했다. 꽤 일찍 출발하니 생각보다 지하철이 많이 붐비지 않았다. 옛날에 어느 순간부터 지하철이 갑자기 붐빈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내가 다른 곳으로 출퇴근을 시작하면서 출근시간이 바뀐 것이었다. 바뀐 것은 지하철 혼잡도가 아니라 내 출근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비록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자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늦게 카페에 도착했지만, 안쪽을 천천히 구경하고 빵과 음료를 골라 카페 위층으로 갔다. 옛날 공장 건물을 인수해 만들어진 카페의 옥상은 바깥 공간을 즐기기 좋게 되어 있었다. 비록 화창하지는 않은 날씨가 약간은 흐리지만, 괜찮은 자리에 앉아서 앞쪽 고가도로에서 지나다니는 전철을 보며 빵을 먹었다. 생각보다 크게 특별하지는 않았던 소금빵과, 아침으로 먹기 좋은 버섯 포카치아, 홍차 배합이 인상적인 밀크티까지.
빵을 먹다 보니 근처에 날아다니는 참새들도 보였다. 옛날보다 겁이 없어져서, 과장 조금만 하면 비둘기마냥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참새는 탁자 밑을 지나다니며 부지런히 빵부스러기를 쪼아 먹는다. 궁금해서 빵을 조금 떼어 근처에 내려놓으니, 참새들이 총총다리로 뛰어들어 빵을 물고간다. 새를 좋아하는 나는 가까이서 새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즐겁다.
그렇게 이른 시간 카페에 들렀다 출근을 마치니, 나중에 별도로 약속을 만들어 가야 하는 카페를 한군데 간 것 같아 좋았다. 아주 일찍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조금 일찍 일어나 카페에 가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조금은 여유롭게 시간을 쓰면서.
마음에 드는 규칙적인 일상으로 추가해도 좋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