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는 무엇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가
월요일은 뭘 해도 힘든 한 주의 시작이다. 그래도 월요일이 왔으니 좀 있으면 금요일도 오지 않으려 하는 생각에 할 것 열심히 하고 있는데, 문자메세지가 도착했다. 일전에 몇 번 써 봤던 남의집 이라는 커뮤니티 플랫폼이었다. 미리보기로 본 문자 내용은 대표이사 누구누구 입니다 로 시작한다. 이런 공지는 보통 두가지 이다. 아주 좋은 일이거나, 아주 나쁜 일이거나. 그리고 남의집은 후자였다. 그렇게, 6/12일, 남의집 서비스가 6/30 종료된다는 메세지가 도착했다.
커뮤니티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커뮤니티가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경험 또한 개선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남의집을 몇 번 이용하려고 시도했지만 내가 원하는 정도의 수요가 나오지 않음을 확인해서 거의 이용하지 않았기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관련 공지를 읽던 중 한 문장이 내 눈에 밟혔다. 이제 남의집 문을 닫습니다, 였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하는 취미 플랫폼이 꽤 다양하지만, 내가 남의집이 좀 특별하다고 느꼈던 것은 그 서로의 취향을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에 대해 남의집만큼 자세하게 설명해 준 곳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취향을 어떻게 발견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할 것이며, 어떻게 공간을 소개할 것인지. 그 소개를 봤을 때 나는 남의집을 시작한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찾아본 인터넷 뉴스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자신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좋아 남의집을 시작했다는 그 사람의 말에서, 이 사람은 이걸 정말 좋아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마지막에 이제 남의집 문을 닫습니다, 라는 말을 공지로 올릴 때 느낌이 어떠했을까.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취향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 느낌을 영영 알 일이 없었으면 했다.
왜 남의집은 문을 닫게 되었을까. 내가 그것까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바로 그때 있었던 그 일이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남의집이라는 취향 커뮤니티가 가진 기본적인 구조에서 오는 문제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을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해 취향을 나눈다는 생각은 좋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은 사실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특히 보안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요즘 세상에 온전한 자기 취향만의 공간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공간이란, 그다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언젠가는 나가야만 한다고 매 순간 다짐하는 그런 공간일 수 있으니까. 너저분하게 널린 온갖 것들 사이의 내 취향이, 누군가에겐 보여주기 창피해서, 그런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공간일 수 있으니까.
그런 공간이 아니라, 생판 모르는 남에게 돈 받고 보여줄만한 자신의 취향이 들어간 공간을 꾸리고 그런 곳에서 산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정말 쉽지 않은 것 아니었을까. 자신의 공간에 취향을 담는다는 것도, 그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다는 것도, 그곳에 완전한 남을 초대한다는 것도, 지극히 어려운 것 아닐까 싶었다.
또 다른 것은, 취향이 담긴 개인의 공간을 통해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에서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취향을 공유한다는 가치는 좋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취향을 공유하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취향을 공유한다는 가치 자체만으로는 참가비와 정산 등 자본 흐름이 크지 않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플랫폼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줄어든 것 아닐까.
남의집 어플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던 홍보 문구인, 취향 기반 대화 커뮤니티.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시작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화 기반으로는 자본적 성장성의 한계가 명확했다. 대화로 돈을 번다면, 벌이에 한계가 있음은 당연했을 것이다. 이용자들이 돈을 버는데 한계가 있다면, 그 이용자들이 활동하는 플랫폼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돈은 모든 것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것이다.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닌 것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의집을 둘러보고 이용해 본 입장에서, 다른 취향 커뮤니티와 차별되는 남의집의 특별함을 느끼고 감탄했던 적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 남의집은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남의집을 알게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또 새로운 생각거리를 남겨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