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러 가기 위해 힘들어야 했던 곳
비구름으로 가려진 성인봉을 넘어 나리분지까지 도착해서, 울릉도를 가로지르는 대장정 끝에 겨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산채비빔밥과 더덕무침 등으로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나니, 다음은 어디를 가 볼까 했다.
어차피 나리분지 쪽에서 울릉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밖으로 나와야 했기에, 일단 버스를 타고 천부 쪽으로 나오기로 했다. 버스는 울릉도 한 가운데의 평원 분지인 나리분지를 지나 천부 쪽으로 갔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울릉도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카페일지 모르는 곳이었다.
송곳산이라는 높은 바위 봉우리 아래, 절벽 위에 있다는 그 카페를 가기 위해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비탈길이었다. 꽤 높은 비탈길. 사실 올라가면 그냥 올라가는 것이었지만,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성인봉을 넘어 온 우리들에게는 아주 약간 지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카페에 가기 위해서는 올라가야만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울릉도에서는 많이 걸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울릉도에 간다고 하니 동생이 이것저것 보내 준 유튜브 영상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가려고 하는 카페에 관한 것이었다. 울릉도 안에 정말 정말 비싼 가격의 초호화 리조트가 있는데, 그 리조트에 부대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카페라고 했다. 인상적인 건물과 바로 앞에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예뻐 보여서, 그리고 잠깐 카페에 앉아서 쉬면서 경치를 구경하면 좋을 것 같아서 한번 가 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비록 쉬기 위해 올라가는 것이, 가다 보면 힘이 다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말이다.
좌우지간 힘주어 올라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앞쪽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숙박업체들이 다양하게 자리잡은 그곳에, 딱 보기에도 특이한 형태의 건물들 사이로 카페가 있었다. 카페와 그 앞의 정원은 주차장에 세워진 관광버스에서 내렸을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신기한 형태의 건물과 옆쪽에는 높은 송곳산, 그리고 앞쪽에는 탁 트인 바다까지, 위치가 아주 좋아 보였다.
사람이 많다 보니 카페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안쪽에 세 명이 앉을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상 등산을 마치고 나서 제대로 된 휴식에 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면서 숨을 좀 돌리고 주위를 훑어본다. 카페에는 투숙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는 것 같지만, 아래쪽은 외부인들에게 열려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락거리면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운 좋게 자리 잡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케이크를 먹는데, 케이크가 생각보다 맛이 있어 놀랐다.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앞쪽 주차장에 사람들을 내려놓고 다시 태우고 가기를 반복했다. 울릉도에 오는 사람들에게 정말 유명한 카페가 된 모양이었다. 일전에 궁금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리조트의 홈페이지도 가 본 적 있었는데, 도시의 번잡함에서 떨어진 특별한 자연 속에서의 조용한 휴식을 컨셉으로 추구하는 듯 했다.
카페 장사가 잘 되어 좋겠지만, 자연 속에서의 조용한 휴식에는 어울리지 않아서 누군가의 마음엔 안 들 수 있겠다 싶었다.
비 맞으며 성인봉 꼭대기 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숨을 돌리고 있으니 갑작스레 피곤이 몰려왔다. 핸드폰도 보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그렇게 몇 시간을 쉬다가 다음 행선지를 정한 뒤 카페를 나섰다.
다시 버스 정류장에 돌아와서 본 카페 쪽 전경은, 아까보다 더 갠 날씨에 훨씬 멋져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