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절벽 위 봉우리 아래의 카페

쉬러 가기 위해 힘들어야 했던 곳

by 문현준

비구름으로 가려진 성인봉을 넘어 나리분지까지 도착해서, 울릉도를 가로지르는 대장정 끝에 겨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산채비빔밥과 더덕무침 등으로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나니, 다음은 어디를 가 볼까 했다.




어차피 나리분지 쪽에서 울릉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밖으로 나와야 했기에, 일단 버스를 타고 천부 쪽으로 나오기로 했다. 버스는 울릉도 한 가운데의 평원 분지인 나리분지를 지나 천부 쪽으로 갔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울릉도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카페일지 모르는 곳이었다.




송곳산이라는 높은 바위 봉우리 아래, 절벽 위에 있다는 그 카페를 가기 위해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비탈길이었다. 꽤 높은 비탈길. 사실 올라가면 그냥 올라가는 것이었지만,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성인봉을 넘어 온 우리들에게는 아주 약간 지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카페에 가기 위해서는 올라가야만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울릉도에서는 많이 걸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내려오고 나서 찍었던, 버스정류장 앞 비탈길




절벽 위, 카페가 있는 호화 리조트와 그 뒤쪽 송곳산이 보인다




울릉도에 간다고 하니 동생이 이것저것 보내 준 유튜브 영상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가려고 하는 카페에 관한 것이었다. 울릉도 안에 정말 정말 비싼 가격의 초호화 리조트가 있는데, 그 리조트에 부대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카페라고 했다. 인상적인 건물과 바로 앞에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예뻐 보여서, 그리고 잠깐 카페에 앉아서 쉬면서 경치를 구경하면 좋을 것 같아서 한번 가 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비록 쉬기 위해 올라가는 것이, 가다 보면 힘이 다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말이다.




좌우지간 힘주어 올라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앞쪽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숙박업체들이 다양하게 자리잡은 그곳에, 딱 보기에도 특이한 형태의 건물들 사이로 카페가 있었다. 카페와 그 앞의 정원은 주차장에 세워진 관광버스에서 내렸을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신기한 형태의 건물과 옆쪽에는 높은 송곳산, 그리고 앞쪽에는 탁 트인 바다까지, 위치가 아주 좋아 보였다.




카페는 호화 리조트의 부속 건물로 되어 있다




카페 앞쪽에 보이는 송곳산의 웅장한 모습




사람이 많다 보니 카페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안쪽에 세 명이 앉을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상 등산을 마치고 나서 제대로 된 휴식에 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면서 숨을 좀 돌리고 주위를 훑어본다. 카페에는 투숙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는 것 같지만, 아래쪽은 외부인들에게 열려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락거리면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운 좋게 자리 잡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케이크를 먹는데, 케이크가 생각보다 맛이 있어 놀랐다.




생각보다 맛있었던 케이크와 먹었던 카페의 음료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앞쪽 주차장에 사람들을 내려놓고 다시 태우고 가기를 반복했다. 울릉도에 오는 사람들에게 정말 유명한 카페가 된 모양이었다. 일전에 궁금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리조트의 홈페이지도 가 본 적 있었는데, 도시의 번잡함에서 떨어진 특별한 자연 속에서의 조용한 휴식을 컨셉으로 추구하는 듯 했다.




카페 장사가 잘 되어 좋겠지만, 자연 속에서의 조용한 휴식에는 어울리지 않아서 누군가의 마음엔 안 들 수 있겠다 싶었다.




앞쪽의 정원과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 맞으며 성인봉 꼭대기 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숨을 돌리고 있으니 갑작스레 피곤이 몰려왔다. 핸드폰도 보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그렇게 몇 시간을 쉬다가 다음 행선지를 정한 뒤 카페를 나섰다.




다시 버스 정류장에 돌아와서 본 카페 쪽 전경은, 아까보다 더 갠 날씨에 훨씬 멋져 보였다.




해가 질 때 쯤 좋아졌던 날씨 아래의, 카페와 송곳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의집이 문을 닫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