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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네컷 찍는 사람들

지금을 남기고 싶은 욕망

by 문현준

나는 사진을 찍히는데에 익숙한 편이 아니다. 남탓을 좀 해 보자면 옛날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어딘가에 가면 내 사진을 찍으려 했다. 그런데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나를 억지로 붙잡아 세웠고 붙잡힌 나의 표정을 풀기 위해 한번 더 윽박질렀다. 아마 그 때 뒤로, 나는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히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나는 누군가가 내 사진을 찍어 주는 것이 익숙치 않다. 옛날 스티커 사진이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좌우지간 다양한 이유로 내가 사진을 찍히는 것 전부가 그렇다. 그나마 내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좀 자연스러워 지는 것 같아서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할 때 몰래 찍어 달라고 하지만, 내가 무언가에 몰입할 때 표정이 굳기 때문에 이것조차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게 신기한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사진을 찍히는 문화이다. 게다가 여행 같은 곳에 가서 단체로 찍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우리 찍으러 가자 해서 찍으러 가는 경우이다. 어릴 적 스티커 사진 찍는 문화가 있었지만, 한동안 기세를 펼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셀프사진관이 유행을 타면서 자주 보는 것 같다.




요새는 어디서도 쉽게 다양한 셀프사진관을 볼 수 있다. 혼자서도 찍을 수 있고, 여러 사람이서도 찍을 수 있다. 재미있는 모자 같은 장신구들을 늘어 놓고, 방문한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사진을 찍어서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번화가에 위치한 이런 셀프사진관에서, 즐거운 기분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곤 한다.




나도 친구들과 몇 번 가 보았지만, 나에게 신기한 것은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진들이었다. 방문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찍었던 사진을 그곳에 놓고 간 것이었다. 자신과 일행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어찌 보면 매우 중요한 개인정보인데, 수많은 사진이 그곳에 있는 것을 보니 꽤 신기했다. 마치 그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처럼, 그 즐거운 순간을 전하고 싶은 것처럼.




부모님은 나에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고 이야기 하시곤 했다. 그건 단순히 여행지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먹은 음식, 갔던 장소, 봤던 노을,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그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서, 변치 않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요즘 사람들의 욕망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 남긴 사진이란,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들 중 하나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것 아닐까.




삶의 어둠이 짙어질 때 빛을 더 선명히 하려는 욕망이 커진다. 명확한 미래 없는 회의적인 삶의 연속에서, 주위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이, 셀프사진관에 있는것 아닐까 싶었다.




셀프사진관의 사진에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지 모른다. 2022 08, 서울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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