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하 향목 전망대
맑게 갠 날씨에 걸어다니기 적당한 정도로 구름이 낀 날, 날씨가 중요한 섬 여행에서 이렇게 반가운 날이 있을 수 없었다. 아침은 울릉도의 명물이라고 하는 따개비 칼국수를 먹어 보았는데, 갑각류 내장 풍미가 확 끼쳐오는 느낌에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았다. 울릉도에서 말하는 따개비란 바위에 붙어 사는 작은 조개류를 일일이 손으로 따서 손질한 것인듯 한데, 생각해 보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비싸다고 해서 다 맛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날은 태하 관광 모노레일을 가 보기로 했었다. 사실 태하 관광 모노레일은 알고 있던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객선이 서는 도동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 출발을 기다리고 있으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타면서 기사에게 물어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태하 관광 모노레일 가나요? 그것도 아주 자주. 우리는 한번 그곳에 가 보기로 했다.
태하 관광 모노레일은 태하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야 했다. 태하는 작은 해변 마을인데, 조용하고 한적한 어촌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려 우르르 모노레일로 몰려가고, 우리도 함께 그 행렬을 따라갔다. 모노레일은 금방 탈 수 있었지만 모노레일 정거장은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았다. 거대한 선풍기 하나만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돌아갔지만, 다행히 아주 덥지는 않아 무난히 모노레일을 기다릴 수 있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위쪽 정거장까지 올라가는 사이 울릉도의 서쪽 바다가 환히 보인다. 천천히 덜컹거리며 올라가는 모노레일 안에서는 에어컨이 나와서, 잠깐 동안 땀을 식히며 밖을 구경하다 보면 금방 위쪽 정거장에 도착한다. 위쪽 정거장에 도착하고 나면 태하 향목 전망대까지 걸어가야 한다.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걸어가지만, 나무 아래 숲길이라 그렇게 크게 덥지는 않다. 산길을 걸어다가 보면 다시 한번 느낀다. 역시 울릉도는 많이 걸어야 하는구나.
하지만 조금만 가면 태하 향목 전망대가 등장한다. 절벽 위에 구름다리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 태하 향목 전망대 위에 올라가면, 울릉도의 바위투성이 해안길이 잘 보인다. 그 해안길 앞으로는 쪽빛 바다가 조금씩 다른 색으로 물들며 펼쳐져 있다. 한국에서 이런 색의 바다를 본 적이 있었나? 그 색에 감탄하며, 한참을 쳐다보았다.
태하 향목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풀들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 그 길이 다른 전망대로 이어진다고 하니 가 보고 싶어져서, 한번 가 보기로 했다. 엄마와 엄마 친구는 태하 향목 전망대 아래쪽 그늘에 앉아서 쉬는 사이, 나는 산길처럼 생긴 곳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약간 가파르긴 해도 오솔길을 따라 가니 금방 다른 전망대에 갈 수 있었다. 태하 향목 전망대 작은 바위봉우리인 대풍감 쪽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니, 두 개의 전망대가 더 있었다. 바다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에, 푸른 바다와 대풍감 쪽 절경이 아주 좋았다.
빨리 구경을 하고 다시 돌아오니, 내가 돌아왔던 길 앞에 아이 두 명을 데리고 있는 아저씨가 정말 전망대가 있냐고 물어보았다. 전망대로 가는 길 도입부가 풀투성이로 보이지 않아 물어봤던 것 같다. 전망대는 있는데 애기들이 가기엔 안 좋을 것 같다 이야기했더니, 애기들이 아주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좌우지간 이국적인 푸른 바다는, 태하 향목 전망대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