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관음도 구경
태하의 멋진 태하 향목 전망대를 구경하고 내려와서, 태하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던 태하의 작은 가게에서 오징어회를 먹었다. 오징어가 먹고 싶었던 엄마와 엄마 친구는 지나가다가 수조에 담겨 있는 오징어 본 것을 잊지 않았다.
매콤한 풍미가 강한 양념과 야채, 오징어회를 먹고 나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옥수수를 사 먹으라고 하면서 추천해 주었다. 나는 찰옥수수를 잘 먹지 않아 관심이 없었지만 엄마와 엄마 친구는 하나씩 사 먹었다. 옥수수 까지 먹으면서 숨을 좀 돌리고, 그 다음에 어디를 가볼까 했다.
내가 계획한 대로라면, 해가 지기 전에 관음도에 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목표는 관음도 구경을 하고 해가 지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얼추 정리를 하고 관음도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러 가려 하니, 가게 사장님이 다음에 어디 가냐고 묻는다. 관음도에 간다고 하니, 사장님 남편이 택시기사를 한다면서, 택시를 타고 가겠냐고 묻는다.
사실 택시를 타고 가면 시간을 훨씬 아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우리는 바로 택시를 타고 관음도로 가기로 했다. 태하에서 관음도까지 가는 택시는 울릉도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울릉도 택시 하면 여러가지 전설적인 일화들을 많이 인터넷에서 볼 수 있었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 항상 미터기 대로 돈을 받았고, 카드 결제도 문제없이 잘 되었다.
울릉도 주위로 펼쳐진 푸른 바다와 그 위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택시에서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니, 금방 관음도에 도착했다. 관음도 바로 앞쪽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볼 법한 간식 트럭이 하나 있고, 바로 앞쪽에 관음도와 관음도로 넘어가는 다리가 보인다.
표를 끊고 나서 엘레베이터로 위로 올라간 다음 관음도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데, 입장시간을 자세히 보니 문 닫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 문 닫는 시간이 되기 전에 관음도 밖으로 나와야 하기에, 해 지는 시간까지 관음도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관음도 구경은 해야 하기에, 부지런히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다.
관음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바위섬인데, 규모가 꽤 커서 위쪽에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는 산책로가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돌아보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서, 조금 서둘러서 구경한다면 빨리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돌아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좀 있으면 문을 닫을 시간이었고, 문 닫는 시간이 되기 전에 밖으로 나가야 했기에 모든 풍경을 다 봐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걸어다녔다. 비록 산책로가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조금 높낮이가 있었고 약간 거친 숲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느꼈다. 역시 울릉도는 많이 걸어야 한다.
하지만 숲 속을 오가다가 또 평지와 바다를 번갈아 보는 관음도의 산책로는, 정말 풍경이 좋았다. 크게 섬 한 바퀴를 도는 산책로를 오가다 보면 저 멀리 죽도도 보이고, 울릉도의 바다와 푸른 동해도 보였다. 엄마는 어디선가 보셨던 관음도의 쌍굴을 볼 수 있는지 궁금해 하셨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관음도의 쌍굴은 관음도에 올라가서는 볼 수 없었다. 관음도의 바다 절벽 아래쪽에 있기에, 관음도 주위를 지나가는 관광 여객선에서 볼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관음도에는 사람이 없고 울릉도에서 떨어진 섬이다 보니, 문 닫는 시간이 아주 일찍이고 문 닫는 시간이 되면 모두 밖으로 나와야 한다. 알게 모르게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어서 방문자의 동선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나.
짧은 시간 관음도 구경을 마치고 다시 길고 긴 다리를 건너 울릉도로 돌아가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우리들 뿐인 듯 했다.
비록 노을을 볼 순 없지만, 멋진 풍경이 가득한 관음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