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최저가를 사지는 않는 이유
나는 옛날부터 특정 인터넷 쇼핑몰이 모든 쇼핑물인줄 알았다. 어느 길거리의 도로를 표현한 것 같은 이름의 그 쇼핑몰은, 내가 어쩌다 보니 노트북을 저렴하게 구매한 곳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오직 그 쇼핑몰만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한번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청소도구를 쇼핑몰에서 샀고, 그것을 알게 된 아르바이트 가게 사장님이 왜 이 물건을 이 가격에 사냐고 다른 쇼핑몰에서 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아, 쇼핑몰에는 다른 곳도 있구나. 그때 내 쇼핑몰 세계가 넓어졌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시간이 많이 지났고, 특정 쇼핑몰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쇼핑몰을 비교해 주는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한다. 쇼핑몰 안에 있는 물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쇼핑몰에 있는 물건을 찾아서 보여주기에 검색의 폭이 훨씬 넓다.
물건의 정렬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후기가 많은 것, 평점이 좋은 것, 가격이 저렴한 것 등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것은 가장 저렴한 물건일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가격 순 정렬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요플레 뚜껑을 뜯어서 핥아먹지 않고 버리는 부자라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내가 지출한 물건의 비용이 좀 뜻있는 곳에 쓰이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그 차액을 기꺼이 지출하는 것일까?
여태까지 생각해 보면 정말 저렴한 가격의 물건은 그 저렴함에 대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유통기한 임박이나 낱개 포장 같은 사소한 잔기술을 부리는 것은 그렇다 치지만, 내가 귀찮았던 것은 가장 낮은 가격을 검색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물건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것이었다.
가령 버터 300g 을 최저가로 검색한다고 치면, 가장 저렴한 물건은 200g 을 등록해 놓고 추가 요금을 받는 방식이거나 택배비를 비싸게 책정해 놓는 경우이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은 더 불편한 과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만약 더 저렴한 가격의 외부 쇼핑몰을 이용하게 되면, 회원가입도 새로 해야 하고 쓰지 않는 포인트도 조금 남는다. 비록 조금 저렴하다 할지라도,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내가 아직 배가 불러서, 내가 그 정도 까지는 절박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몰라도, 나에게는 구매에 있어서 가격이 최고의 가치는 아닌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는,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만족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날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