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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노을을 보고 싶어서

천부에서 봤던 해 지는 모습

by 문현준

원래는 울릉도 동쪽에 있는 관음도를 구경하고, 그곳에서 노을을 보려 했다. 날씨가 아주 좋아서 해 지는 모습이 정말 멋질 것 같았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관음도는 해 지기 한참 전에 문을 닫았다. 관음도 위에서는 해 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다른 문제는, 관음도 근처의 해안도로는 절벽 바로 아래 있다는 것이고, 해가 울릉도 너머로 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다 너머로 사라지는 노을을 보기에는 힘든 곳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버스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아서, 해가 지는 서쪽으로 조금 더 이동해 보기로 했다. 해 지는 시간이 되면 버스도 일찍 끊기는 편이었기에, 숙소로 돌아갈 것까지 고려하면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했다. 관음도가 문을 닫자 그 근처에 있던 간식 트럭도 영업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와 어떤 중년의 부부만이 남았다. 노을을 보러 간다는 우리에게 아저씨는 울릉도의 노을은 태하가 제일이라며, 자기들은 태하로 갈 것이라고 했다. 잠깐 사이 노을 얘기만 꺼내도 태하가 최고라면서 태하 예찬을 펼치는 아저씨의 고향이 혹시 태하는 아닌지 조금 궁금해졌었다.




좌우지간 울릉도의 북쪽으로 섬을 일주하는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아까는 울릉도 너머로 내려가고 있던 해가 다시 보였다. 얼마 가지 않으니, 천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리분지에서 나오는 버스가 멈추는 곳에, 해가 천천히 바다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여기면 되겠다 싶어서,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근처를 돌아보니 근처에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 가게들이 아주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들어가자 마자 언제까지 하시냐고 물어보니 해 질 때까지 앉아 있기는 충분한 것 같았다.




카페는 바다 쪽으로 자리가 나 있어서 카페 안에서도 바다를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엄마와 엄마 친구는 카페 안에서 쉬고, 나는 밖으로 나와 바다 쪽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야외에서 바다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간까지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지만, 바로 앞쪽에 방파제 너머로 멋진 노을을 볼 수 있었다. 밝게 빛나는 해가 천천히 바다 너머로 사라지며 만들어지던 아름다운 노을.




DSC09053.JPG 천부로 넘어와서 볼 수 있었던 노을




DSC09063.JPG 구름과 수평선 아래로 해가 저물어갔다




DSC09071.JPG 맑은 날씨에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노을과 바다




DSC09080.JPG 해가 지고 나서 어두워지기 전 밤하늘에, 밝게 뜬 달도 보였다




DSC09087.JPG 어둠 직전의 노을이, 천부에서 저물어 가고 있엇다




울릉도에서 멋진 노을을 보고 싶다, 라는 여행의 목적 중 하나를 달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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