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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왜 울릉도를 가는데

가장 먼, 하지만 언젠가는 또

by 문현준

작년 여름 울릉도를 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거기를 왜 가냐는 것이었다. 택시를 타는데 바가지를 씌웠다, 렌터카를 썼는데 내지 않은 기스가 있었다,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적은 인원은 받아주지 않았다, 음식이 비쌌다, 이동이 너무 불편해서 렌터카나 현지 관광버스가 꼭 있어야 했다 같은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다.




울릉도에서 택시를 몇 번 탔지만 바가지를 쓴 적은 없었다. 렌터카는 빌리지 않았고, 대중교통만 이용했지만 크게 문제 없이 구경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섬 음식점의 서비스 개념이 흔히 떠올리는 대도시의 것과 다르다고 생각한 적은 많았지만, 3명이서 다니며 인원이 적다고 홀대받은 적은 없었다. 음식은 비쌌다고 생각했지만 척박한 섬 환경에 음식이 귀하다는 느낌이었고 필요 이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비록 대중교통이 일찍 끊겼지만 생각보다 잘 되어 있어서 문제 없이 잘 구경하고 다녔다.




어떤 것들은 내가 겪은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고, 어떤 것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갔다오고 나서도, 울릉도를 마음 편하게 추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출발한다고 치면 동해 쪽 울릉도로 가는 배가 출항하는 곳까지 가고, 그곳에서 또 울릉도까지 거의 하루 종일을 이동에만 써야 하는 일정.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좋지는 않은 접근성이 조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울릉도를 두번 다시 갈 필요가 없겠다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독특한 자연 풍경을 좋아해서 울릉도에 갔는데, 동해의 넓은 바다에 툭 튀어 나와 있는 작고 거친 바위섬에서 봤던 신기한 풍경들이 기억에 깊게 남았다. 좁은 골목 사이에 다닥다닥 자리잡은 작은 도시,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관광버스와 자동차들. 해안 바위 절벽 아래의 도로를 바다와 마주한 채 달리다가, 또 골짜기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보던 그 모습들.




비록 어디를 가더라도 꽤 걸어 다녀야 하는 편이라 몸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관광지는 아닌 것 같아도, 여태껏 내가 알고 있던 한국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신기한 모습을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걱정한 것보다, 울릉도의 여행은 염려했던 정도는 아니었다.




여행을 갔다 와서 그 여행을 다시 갈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여행지가 어땠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언제라도 다시 가 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겠고, 나중에 한번쯤은 또 가 보고 싶은 여행지도 있겠고, 다시는 안 가고 싶은 여행지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인터넷에서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서 들은 많은 이야기는, 울릉도에 갔다 온 사람들은 다시는 안 간다고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가 본 울릉도는,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언젠간 나중에 좋은 기회가 된다면, 울릉도의 산과 바다와 항구들을 보러 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일전과는 다른 계절의, 산과 바다를 보고 싶어서.




다만 다음번에는, 좀 더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언젠가, 다른 계절과 다른 시간의 자연을 보러 울릉도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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