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고 싶었던 여행, 그런데 동생을 곁들인
옛날에 동생과 일 년에 한 번씩 일본을 갔다. 동생이 일 년에 여행을 갈 수 있는 때가 한 번 뿐이기도 하고, 내가 함께 챙겨주지 않으면 동생은 혼자 여행을 갈 수 없기에 같이 여행을 갔던 것이다. 둘 다 일본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기에, 1년에 한번은 꼭 일본 여행을 챙겨 가곤 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진 그랬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일본은 커녕 해외여행의 ㅎ 자도 못 꺼냈지만, 좌우지간 동생은 일본 여행을 가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길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동생은 인터넷에 있는 일본 여행 영상이란 영상은 모조리 가져오면서 일본여행 가고 싶다는 말을 고장난 시계처럼 반복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여행 목적의 방문이 가능하게 되었다. 햇수로 따져보니 4년만이었다. 항공권 가격은 코로나 전 대한항공과 코로나 후 저가항공 가격이 같을 정도로 변했다. 아무리 성수기라고 해도 이전과 지금이 너무 달라진 항공권 가격이 코로나와 물가상승을 온몸으로 받아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사실 가격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4년만에 가는 여행이 너무나도 간절하고 좋았지만, 나는 또다시 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게 되었다. 누구와 함께 가는 여행은 두 가지가 있다. 함께 가는 여행, 그리고 모시고 가는 여행. 동생과 가는 여행은 보통 후자였다.
그래도 모시고 가는 여행이 그런 것 아닐까.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아니 어쩌면 모시고 가는 여행은 가기 전에 힘들고 가서도 힘들지만, 그래도 갔다 오고 나서는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혼자 가는 여행을 가장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런 믿음이, 함께 가는 여행의 이유이기도 했다.
공항은 여행을 가지 않으면 정말 올 일도 없기에, 4년만에 온 공항은 정말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혀진 것 같은 감각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해야 하는 것들을 마치고 비행기 타는 것을 기다릴 때의 설레임은 금방 다시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에 탄 것도 정말 오랜만이구나 싶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 어디로 간다는 것에, 드디어 해외여행을 가는구나 하고 싶은 생각도 잠시, 도심에 가까운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앉으니 공항이 혼잡해 조금 대기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먼저 후쿠오카에 도착해 있는 동생에게 사람이 많아 못 나가고 있다고 하니, 자기도 오래 기다렸다면서 아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려 후쿠오카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사인과 함께 입국 심사를 받으러 가니, 정말 길고 긴 줄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그림판의 마우스로 그린 것 같은, 아이의 손을 잡아달라는 안내문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그걸 1시간 동안 보고 있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그런지 인터넷도 잘 되지 않아 한 시간이 넘는 동안 거북이 걸음으로 입국심사대에 가까워 져 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지금은 모두 없어진 검역 관련 절차를 잘못 준비하면 그대로 비행기에 태워 돌려보낸다는 무서운 소문이 많던 탓에 긴장했지만 다행히 별 일 없이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말 오랜만에 일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첫날은 날이 좋지 않아서, 밖을 구경하러 다니기 쉽지 않았다. 후쿠오카를 간 것도 처음이었고 동생과 간 것도 처음이었지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일본 사람들이 명동이나 다른 서울의 유명 관광지를 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일단 숙소에 짐을 가져다 두고 뭘 먹어야 하나 해서 봤더니, 한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돈코츠 라멘 가게가 있어서 동생과 먹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원에게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것을 정리해 놓은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라멘을 먹고 나서 정처 없이 걸어다니면서 이것저것을 구경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밖을 구경하긴 애매했지만 쇼핑몰과 음식점을 돌아다니면서 파는 것을 구경하기엔 좋았다. 한국에선 4만원 정도에 팔지만 일본에서는 2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파는 위스키도 구경하고, 과일도 구경했다. 동생은 일본의 샤인머스캣을 정말 먹어보고 싶어했는데, 아직 철이 아니라서 먹을 수 없었다. 대신에 동생은 다른 고급스러운 과일을 먹어보고 싶어했는데, 역 근처에는 동생 기준에 맞는 고급스러운 과일이 없어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좀 구경하다 보니 체크인 시간이 되어, 일단 숙소 안에 가방을 넣고 짐을 풀러 갔다. 원래는 게스트하우스 중에 괜찮은 곳을 찾아보려 했지만 사생활 보장되는 개인 공간을 원하는 동생과 함께 여행하다 보니 부엌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큰 장점이 없었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의 가격이 비싼 편이라 돈을 조금만 더 내면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위치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호텔을 한 곳 예약했는데, 체크인 하고 보니 방이 조금 작긴 해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탁자였는데 이곳에서 개인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합리적인 호텔을 예약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일단 짐을 풀고 나니, 조금만 쉬다가 나가자 하는 생각이 든다. 날씨도 흐리고 하니 푹신한 침대에서 아무생각 없이 누워있어도 좋겠다 싶다. 그래서 나와 동생은 조금만 있다가 나가서 구경하기로 했다. 조금만 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