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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유튜브 보던 사람

아마 거기서 그러고 있었던 이유는

by 문현준

지난번 평일 저녁에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였는데, 근처에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 했다. 평소에 알아뒀던 가게를 좋은 기회에 좋은 사람과 가는 것이 좋아서, 근처에 갈 만한 곳이 있나 해서 봤더니 알아봐 뒀던 가게가 있었다. 일본 현지 느낌이 물씬 나게 꾸며둔 인테리어가 특징인, 일본 요리들을 파는 주점이다.




평일 저녁 5시 부터 문을 여는 그 가게는 우리가 6시 쯤 가니 자리가 만석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 요새는 다행히 옛날처럼 힘들게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원격으로 줄을 설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첫 번째 입장으로 대기를 등록해 놓고 근처를 조금 구경했다. 내가 좋아하는 충무로의 전망 장소를 친구와 같이 구경하고 돌아왔지만 아직도 만석이었다. 대신 기다리는 팀이 우리 다음 순서로 하나 더 늘었다.




결국 30분 정도 더 기다리고 나서 어렵게 자리를 얻어 들어갈 수 있었다. 한쪽은 통창을 열어 가게 밖 쪽을 등지고도 앉을 수 있게 해 두었고, 안쪽도 자리가 넓지는 않아 불편하거나 아기자기하거나 한 느낌이다. 의자 아래쪽에 공간이 있어 짐을 넣을 수 있게 해 둔 것이 묘하게 더욱 일본 같았다.




유명하다고 하는 닭고기 전골과 함께, 말고기 육회를 시켜 보았다. 가게 이름에 유자가 들어가니, 유자 하이볼도 주문해 먹어 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메뉴판 앞쪽에 있던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한번 입장할 때 최대 이용 시간은 2시간이라는 것이었다. 가게 특성상 밥을 먹는 사람들보다는 술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고, 독특한 분위기를 강점으로 밀고 있기에 최대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 회전률이 극도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안에서 먹는 사람들도 밖에서 먹는 사람들도 좋지 않은데, 기다리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친구에게는 번잡한 가게 내부가 이야기 하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어차피 음식 먹어 보고 분위기 구경 하면 빨리 나가도 되겠다 싶어서 음식을 먹고 나갈 생각이었다. 게다가 우리 다음 팀은 우리가 앉아서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아직도 못 들어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해가 졌다곤 해도 덥고 습한 여름에 길거리 의자에 앉아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이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분위기는 독특했지만, 기다렸다 입장한 탓에 음식 맛에 대한 기대가 너무 올라간 것인지,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새는 비슷한 컨셉의 음식점들이 많고, 반드시 그 음식점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는 것 같았으니까. 빨리 먹고 일어나는 것이 모두에게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에서 나오자 친구가 말했다. 우리 옆쪽에 있던 사람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는데도 거기서 앉아서 유튜브를 보고 있네. 이건 개념이 없는 거 아니야? 나는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는데 나라면 그렇게는 못하겠다.




사람들이 안밖으로 가득 들어찬 음식점에서, 술 한 잔에 음식을 먹으면서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님이 분명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을 해 보니 왜 그 사람은 거기서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그냥 편하게 밥을 먹으면서 영상을 보기엔 가게가 편하지 않았고 사람도 너무 많았다.




문득 우리가 밥 먹고 나왔을 때 비슷한 시간 그 사람도 자리를 떠났고, 그때가 문 열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2시간 정도 되었을 때 라는 것을 떠올렸다. 메뉴판에 적힌 안내 문구에 있던, 최대 이용 가능한 시간 2시간. 개인의 자유를 누린다기보단 최대한 가게에 얄미운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던 그 행동에, 어쩌면 옛날에 그 사람은 가게에 왔을 때 2시간 밖에 이용할 수 없다는 것에 불만을 품었던 기억이 있었던 것 아닐까. 맨 처음에 혼자 왔던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왔던, 이용 시간이 다 되었다는 가게의 요청을 매우 불쾌하게 여겼던 것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이 몰리는 바쁜 시간에 와서 혼자서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정확하게 2 시간 정도를, 메뉴판에 적힌 안내 문구에 적힌 모든 시간을 사용하고 떠나는 것은 아닐까. 마치 너희들이 정한 규칙 때문에 내가 불쾌한 적 있었으니, 그 규칙 때문에 한번 불쾌해져봐라 하는 느낌으로.




물론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사람이 많은 가게 한복판에서 2시간 씩 앉아 있을 깡다구가 있는 것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음식 먹으면서 유튜브나 보다 나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나가는 것 둘 다 일반적인 생각에서는 할 수 없는 일 같긴 하지만 말이다.



바쁜 가게에서 의도적으로 버티는 것 혹은 아무 생각 없는 것, 둘 다 일반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2022 09, 서울 화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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