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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널시티는 생각보다 볼 것이 없고 근처는 무섭다

동생과 4년만의 일본, 후쿠오카 여행

by 문현준

아침일찍 출발하여 현지에 도착 후 일정을 조금 하고 체크인 하는 경우, 침대에 조금만 누워야겠다는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적당히 피곤한 타이밍에 푹신한 숙소 침대에 눕고 나면 조금만이 더이상 조금만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30824_223553220.jpg 아무 생각 없이 누웠다가는 시간을 빼앗길 수 있는 침대




그렇게 조금만 쉬자~ 하고 각자 방에 들어간 나와 동생은 대략 2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밖 구경을 나왔다. 좋지 않은 날씨는 하늘이 푸르지 않으니 어딜 가도 힘이 빠진다는 단점이 있다. 다행인 것은 저녁이 되면 어차피 하늘이 보이지 않기에 여기저기 다녀도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묘하게 흐린 날의 도시 저녁이 더 예쁜 것 같다. 날이 습해서 빛이 더 반짝반짝해 보이는 걸까?




좌우지간 대중교통 없이 걸어다닐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해서 봤더니, 후쿠오카의 중심 역인 하카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캐널시티 라는 곳이 있다. 캐널시티는 큰 쇼핑몰 안에 운하 모양의 분수대를 만들어 놓은 곳인데 쇼핑할 것도 많고 구경할 것도 많아 관광객들에게 추천하는 필수 코스라고 한다. 나도 동생도 관광객들에게 추천하는 대형 쇼핑몰에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유명하다고 하니 한번 가 보기로 한다. 캐널시티까지 가면 근처에 다른 유명한 장소들도 있고.




캐널시티까지 가기에는 지하철로 가기에 영 순탄치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간다면 편하게 갈 수 있었겠지만 그때는 몰랐고, 별로 멀지도 않고 해서 걸어가 보기로 한다. 큰 건물들이 많지만 뒤쪽은 가로등이 별로 없어 어둑한 곳들도 많았다. 동생이 얼마나 더 가야 하냐고를 한 두 번 쯤 말하고, 그거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라는 말 대신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라는 말을 두 번쯤 하고 나니 캐널시티라고 되어 있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런데 저녁 때쯤 되어서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어서, 마감 정리를 하고 있는 가게들로 가득찬 큰 쇼핑몰에, 빠져나가고 있는 사람들과 그런 캐널시티를 구경하러 들어가는 사람들만 조금씩 모여서 웅성거렸다. 캐널시티에서 뭔가 재미있는 것을 구경할 수 있을까 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브랜드들이 많은 대형 쇼핑몰이라, 나와 동생에게는 크게 재미있을 것이 없었다. 캐널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도 캐널보다는 큰 분수대 느낌이라, 그냥 하카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울렛을 만들어 둔 느낌이었다.




캐널시티 구경을 한 다음 캐널시티에 있는 식당가에 가 보았다. 이런저런 음식점이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 중에 소 혀 음식을 파는 곳이 있어 가 보았다. 동생이 소 혀를 좋아하기에 일본만 가면 소 혀는 꼭 먹고 돌아왔다. 소 혀를 구워서 밥과 다른 음식을 포함하여 정식세트로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그래도 한국에서는 먹기 힘든 음식이기에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서 가게를 나오며 문을 보니 카카오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KakaoTalk_20230821_213152772_04.jpg 캐널시티에서 먹었던 소 혀 정식




KakaoTalk_20230824_223558976.jpg 출입구에 붙어 있던 카카오페이 스티커




캐널시티 구경을 하고 근처의 나카스 구경을 하려 했는데, 이곳에 아주 유명한 포장마차 거리가 있다고 했다. 강변을 따라 포장마차가 쭉 늘어서 있다는데 동생도 궁금해 하던 차였고, 캐널시티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캐널시티에서 나와 구글 지도를 보면서 나카스 쪽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을 이용하려 했다.




그런데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들어가는 순간부터 일본 밤거리 유흥가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내가 한자와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아무리 봐도 읽을 수 있는 무료안내소 간판과,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말끔한 복장의 샤기컷 남자들과 아저씨들. 특정 단어를 나지막히 말하면서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그 분위기가 어색하기만 할 뿐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무섭게 느껴진다. 나나 동생이나 그런 분위기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빨리 그 골목이 끝나기를 바란다. 형 후쿠오카 원래 이런 곳이었어? 하는 말에 나는 아니야 이 골목만 나가면 괜찮아 라고 말해야 했다.




다행히 그 골목을 나가고 나니 괜찮아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큰길이 나왔다. 작은 강과 맞닿아 있는 곳에 도착해서 꺾어 걸어가니,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명소인 듯한 다리와 함께 강 근처의 건물과 간판들이 보이는 좋은 장소가 나왔다. 그런데 계속해서 올라가도 포장마차가 쭉 늘어서 있는 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몇 개의 포장마차를 보긴 했지만 내가 보던 것과 달랐다. 알고보니 구글 지도의 포장마차 거리는 반대편에 표기되어 있었다. 걷는 거 싫어하는 동생을 꼬드겨서 다시 포장마차 거리가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후쿠오카에서 유명하다는 포장마차 거리는 인터넷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길지 않은 거리에 포장마차가 길게 늘어서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강을 뒤로 하고 포장마차에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메뉴를 보고 있었다. 포장마차는 내가 일전에 어릴 적 한국에서 봤던 것과 조금 달랐는데, 좁은 자리에 여러 명이 붙어 앉는 경우가 많았고 흡연 문화가 일반적이라 그런지 서로서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DSC00161.JPG 나중에 다시 사진을 찍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후쿠오카의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




동생과 함께 먹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듯 해, 나카스 쪽 구경을 하고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역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뭔가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한잔 하고 싶어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지만, 호텔 1층에 음식점이 있던 것이 기억났다. 갈 곳이 없으면 그 곳을 갈까 했는데 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나와 동생이 생각했던 완전한 로컬 음식점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일본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음식과 술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새벽에 일어날 때 늦잠을 잘 뻔 했는데 다행히 일어날 수 있었지. 못 일어났으면 일본 못 오는거 아니었나 하하 이런 이야기를 하며 동생과 저녁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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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30821_213152772_09.jpg 호텔 1층에 있던 음식점에서 먹은 음식들




언제 오나, 못 오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오긴 왔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던 음식들. 그렇게 정말 오랜만에 간 동생과의 일본 여행, 첫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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