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좋아한 후쿠오카의 소바 가게
동생은 입맛이 깐깐하고 자기 주관이 확고한 편이다. 좋게 말하면 자기 주관이 확고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뭐든 간에 자기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비록 동생과의 여행은 동생에게 최대한 맞추자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동생의 후기가 보통은 아주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장소던 음식점이던 가 봐야지 알 수 있기에, 일단 동생 앞에 들이밀고 물어봐야 한다. 그래서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바집을 가 보았다. 보통 음식점을 찾을 때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데,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평가가 좋은 소바집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일본에서 소바를 먹는다는 것에 크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소바는 한국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일본에서는 일본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이 먹어 보고 싶기도 하고, 일본에서 먹는 소바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는 생각에 한번 가 보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소바 가게는 한창 점심시간에 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조금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서 목록에 이름을 쓰고 얼마 되지 않아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는 넓지 않았지만 적당히 거리가 있어서 사람들이 곳곳에 앉아 있었다.
후쿠오카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유명한 음식점들은 한국 사람들이 남긴 후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후기를 검색해 보니 한글로 된 메뉴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한국어 메뉴판을 요청하니 가져다 주었다. 편하게 메뉴를 보고 고를 수 있었다.
메밀이 들어간 두꺼운 면과 가는 면이 있고, 따뜻한 국물과 차가운 국물이 있었다. 여기에 튀김이나 절임 등의 다양한 토핑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가는 면보다 두꺼운 면이 씹는 느낌이 더 좋을 것 같아, 동생도 나도 우동으로 골랐다.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에 이런저런 튀김이나 다른 것들도 주문하고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바와 우동이 담겨져서 나오는 그릇이었다. 그릇이, 꽤 컸다. 양 손으로 가득 들어도 클 것 같은 크기의 그릇은, 조금만 더 과장하면 세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주문한 우동 메뉴는 금방 나왔다. 다른 사람들처럼 큰 그릇에, 약간 갈색빛이 도는 면이 국물과 함께 담겨 있었다. 음식 나눠먹는 것을 정말 안 좋아하는 동생의 냉우동도 한번 먹어 보니, 동생의 면이 조금 더 꼬들꼬들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차갑게 식힌 면이 더 식감이 좋은 것 같아, 차가운 것을 먹는게 낫겠다 싶었다.
면 요리를 좋아하지만 평소에 소바나 우동을 많이 먹지는 않으니, 한국에서 먹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생각해도 기대한 것보다 엄청나게 다른 것을 찾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한국의 고깃집과 일본의 야키니쿠 스타일은 아 이건 정말 다르네, 라고 느꼈던 것이 많았지만 이 소바집에서는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기껏해야 사이드 메뉴로 후쿠오카의 명물인 명란젓이 주문 가능하다는 것과 토핑으로 참마 같은 것들이 있다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크게 다른 것이 없어도 잘 만든 음식은 언제나 맛있다. 기억에 남는 특별함은 없어도 그 자체로 괜찮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식점. 동생도 마음에 들었는지 돌아가기 전 한번 더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보통 동생은 그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칭찬에 매우 인색한 동생이 그렇게 이야기 했다는 것을 보면, 동생 마음에도 꽤 마음에 들었던 가게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