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또 비슷한 것
맨 처음 동생과 일본에 가서 일식 고깃집인 야키니쿠 집을 갔던 것은 아마 오사카에서 였을 것이다. 오사카의 유명한 번화가 근처에 있는 그곳에서 동생과 나는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여행자들이라면 아주 자연스럽게 들어갈 것 같은 가게에 들어갔었다. 한국과는 조금 다른 일본식 스타일이었지만 우리는 좋아했고, 그 후로 동생과 일본을 가면 야키니쿠 집은 빼놓지 않고 꼭 갔었다.
이번에 후쿠오카에 갔을 때도 고기를 좋아하는 동생 그리고 나를 위해 야키니쿠 집을 찾아보았다. 야키니쿠 집은 무난하게 가기에는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라, 가격대가 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을지 한번 알아보았다.
원래 동생과 지나다니다가 여기 괜찮겠다 이야기 했던 곳을 가 보려 했는데, 아무리 해도 그 가게를 다시 찾을 수가 없어 다른 가게를 찾아서 들어갔다. 요새 일본 가게들은 대부분 예약을 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데, 아무 예약도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사람이 붐비기 직전에 가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서 일단 메뉴판부터 확인하니, 고기 종류에 따라 나누어지는 고기 무한리필과 음식 주류 포함 무한리필 두 가지밖에 없었다. 계산을 해 보니 주류 무한리필로 먹으려면 한 사람당 술을 세 잔 이상은 먹어야 할텐데 아무리 해도 그렇게까지는 못 먹을 것 같아, 술은 따로 시키기로 하고 고기 무한리필을 주문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는 성인과 어린아이 정도로만 가격대를 나눠 놓는데, 이 가게는 꽤 다양하게 분리해 두었다. 아주 어린 아이는 무료이고, 유치원생까지는 얼마, 초등학생은 얼마, 중장년층은 얼마, 노년층은 얼마 이런 식으로 총 다섯가지로 나눠 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음식을 주문하려 하니, 키오스크 사용을 설명해 준다. 무한리필 주문 시 음료나 주류 아무거나 주문하면 키오스크 세팅이 무한리필에 맞게 바뀐다는 것인데, 일본어를 못 하는 손님과 영어 한국어를 못 하는 직원이 만나서 그 내용을 열심히 전달한다. 서로가 말이 안 통하는데도 어떻게든 설명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길게 남았다.
키오스크 설정을 한국어로 바꾸니 메뉴 이름을 한국어로 볼 수 있어 아주 좋았다. 사진과 함께 어떤 메뉴가 있는지 볼 수 있어서 특히 더 좋았는데, 고기 종류가 아주 다양한 곳이어서 어떤 고기들이 있는지 충분히 알고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었다.
고기들을 주문하면 사람이 가져다 줄 때도 있고, 바로 앞쪽까지 서빙 기계가 가져다 줄 때도 있었는데, 기계가 급정거를 할 때마다 고기 접시가 흔들려서 엎어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자세히 보니 서빙접시 아래 접시가 여러 개 겹쳐 있었는데, 이미 서빙 기계가 급정거 할 것을 고려하고 접시를 여러 개 올려 두었구나 싶었다.
소금맛, 매콤한 양념 맛, 간장 양념맛, 마늘 양념맛 등 고기의 양념이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고기와 양념을 애초에 버무리지 않고 따로 준비해서 서빙을 하는 것 같았다. 소 혀 같은 경우는 아주 얇게 썰어서 나왔는데, 두꺼운 것을 좋아하는 동생 취향에는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야키니쿠 집인데도 이런저런 요리들이 다양해서 마제소바나 라멘, 밥 류까지 식사로 먹을 만한 것들부터 묵 초무침이나 샐러드 등 사이드류까지, 고기 이외에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고깃집 치고는 아주 많게 느껴졌다.
신기했던 것은 많은 한국 음식들이 사이드로 있었다는 것인데, 냉면, 순두부찌개, 김치, 한국식 쌈채소 등이 키오스크 안에 별도의 코너로 마련되어 있었다. 다른 야키니쿠 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본식 야키니쿠 집 안에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음식들이 함께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요새 한국에서도 일본식 고깃집이 성업중인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것인지, 가게 안에 열 팀중 다섯 팀 정도는 한국 사람이었다. 후쿠오카 여행을 와서, 일본식 고깃집 야키니쿠 가게에서, 건너건너 들려오는 한국어와, 키오스크 한켠에 준비된 한국식 사이드 메뉴까지. 하지만 한국과 느낌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고기구이는 분명 흔하게 한국의 고깃집에서 먹던 것과는 느낌이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말 한마디 안 통하는데도 열심히 키오스크 쓰는 법을 알려주려 하던 직원의 마음은, 어떤 맛 어떤 문화의 고기를 팔던 변하지 않는 것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