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가본 음식점으로

후쿠오카의 마지막 저녁은 결국 가 본 곳에서

by 문현준

그런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봤었다. 한국 사람들은 어디를 여행 가더라도 맛집을 중요시 한다고. 유명한 관광지를 검색하면 바로 딸려 나오는 것이 맛집 정보이고, 어디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잘 해줘도 맛집부터 물어본다고. 나와 동생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이번 여행 동안 열심히 맛집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끝에, 마지막 날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마지막 날 저녁이라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보통 하루 중에 가장 힘 주어서 잘 챙겨먹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음식점을 찾아가는 때는 저녁이다. 아침은 바빠서 제대로 챙겨먹기 힘들고, 점심은 일정 사이에 있어서 음식 자체에 집중하기 힘드니, 일정이 끝나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저녁에 최대한 힘을 준 식사를 하는 것 아닐까. 거기다 마지막 날 저녁이라는 것은, 다시는 먹을 수 없는 저녁이니 중요한 것들 중에서도 특히 중요할 것이다.




동생과 후쿠오카에 있는 동안 이것저것을 먹고 다니다가 마지막 날 저녁이 되었을 때 무엇을 먹을까 했다.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곳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라니 후회없이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날 편도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의 온천 마을을 구경하고, 후쿠오카에 도착해서 동생이 찾고 있는 고급 과일을 찾으며 꽤 걸어다니고 나서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돌아다니고 숙소에 도착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숙소는 하카타 역 근처이기에, 하카타 역 근처의 많은 음식점들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동생에게는 뭔가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음식점들로는 좀 더 괜찮은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뭔가 백화점 위에 올라가면 있는 반듯한 푸드코트 음식점 같은 곳들 말고, 뭔가 진짜진짜 현지인들만 갈 법한 로컬스러운 음식점. 하지만 그런 곳을 쏘다니기엔 나는 일본어를 못 하고 동생은 걷는 것을 안 좋아한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곳은 숙소 1층의 음식점이었다. 아침엔 조식을 팔고 저녁이 되면 안주와 술을 파는 곳.




이미 한 번 먹어 본 곳에 또 왔다는 것이 나에겐 조금 아쉬웠지만 동생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적당한 가격에 편리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아, 맨 처음에는 먹지 않았던 이런저런 음식들을 시켜서 먹어보았다. 꼬치구이와 닭똥집 구이, 생자몽 하이볼과 사케 등. 일본 소주인 줄 알고 주문한 것은 사케라 아쉬웠고, 동생은 생 자몽을 짜내며 원래 틀이 산 때문에 얼룩덜룩해지기 쉬운데 열심히 닦은것 같다고 했다.




가 본 음식점에서 먹었던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




무난하게 저녁을 먹기 좋은 곳이었다




동생이 주문한 생자몽 하이볼




소주인 줄 알고 주문했지만 사케였던 내 술




옛날에 동생과 여행을 갈 때 동생이 가고 싶다고 하는 곳에 맞춰서, 동생이 더 많은 돈을 내고 여행을 가기도 했었다. 그런 여행을 할 때 나는 항상 여행 막바지가 되면 동생에게 말하곤 했다. 동생 덕에 좋은 곳 와서 좋은 구경 해본다고. 이번 여행은 합리적으로 반반여행을 했기에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래도 말했다. 좋은 시간 잘 맞춰서 같이 여행해서 다행이라고.




동생은 징그러운 소리를 한다는 듯이 넘겼지만, 나는 그 징그러운 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전해지지 않으니까. 그렇게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는, 동생과의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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