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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난 가고시마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하고 3일 뒤

by 문현준

지난 번 여름때는 울릉도를 갔었다. 길게 휴가를 낼 수 있는 때가 여름밖에 없다 보니, 여름에 앞 뒤로 잘 이용해서 울릉도를 갔다. 여행은 최대한 오래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때 울릉도를 8박 정도의 일정으로 갔다. 오래 여행을 가기 쉽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껏해야 4박 정도의 여행을 가겠지만, 나는 짧게 갈 여행은 차라리 잘 모아서 더 오래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리고 올해가 되어, 또 여행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난 번엔 회사를 다니면서 휴가를 쓰고 여행을 갔지만 이번엔 퇴사를 하게 된 상황이라 원한다면 여행을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이, 지난 여행과는 다른 것이었다. 사실 길게 여행을 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기회이기에 나는 최대한 오래 여행을 가고 싶었고, 시간이 더 충분하다면 이전부터 정말 가 보고 싶었던 곳으로 멀리 그리고 길게 여행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업무 외에도 이것저것 시작한 것들이 많은 상황이었기에 더 오래 자리를 비우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일정을 보고 있다가, 마음 속으로 정해놓은 이날이 되면 여행을 갈 지 말지를 결정해야 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 가거나, 가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언제 또 여행을 이렇게 길게 갈 수 있을까, 다시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 여행을 가야겠다. 지금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가지 않으면,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여행을 가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일요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느냐였다. 마지막으로 홀로 일본 여행을 간 것이 너무 오래 전이었기에, 일본 여행을 가 보고 싶었다. 특히 동생과 4월에 일본을 가면서, 혼자 가는 여행이 정말 해 보고 싶었다. 지도에 저장해 둔 가 보고싶었던 곳들을 찾아보는데, 한 곳이 떠올랐다. 일본 남쪽의 가고시마였다. 도시 옆에 활화산이 있어서 하루에 두 세번 정도 분출한다는 신기한 곳. 위험하지 않나 싶었는데 오히려 여러번 분출해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된 곳.




그리고 가고시마 남쪽에는 야쿠시마라는 곳도 있었다. 울창한 숲이 있는 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어서, 나중에 한번 꼭 가서 구경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즐겨찾기에 열심히 저장해 두었다. 여행의 총 시간이 9박 정도 되어서, 가고시마와 야쿠시마 두 곳을 가 볼 생각으로 일정을 준비해 보려 했다. 후쿠오카로 가서 며칠 있다가 가고시마로 이동해, 가고시마 구경을 하고 야쿠시마 구경을 한 다음 후쿠오카로 돌아와 하루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이동거리가 길다 보니 생각보다 교통에 쓰이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가고시마에서 야쿠시마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배나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교통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으니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가고시마와 야쿠시마를 동시에 간다고 계획하면 두 곳을 7박 정도 나눠서 구경해야 했는데, 섬 사이를 이동할 생각을 하면 시간이 촉박했다.




무리해서 모든 곳을 구경하려고 하다가는 너무 촉박하게 움직이면서 보고 싶었던 것을 못 볼 것 같아, 아쉽지만 야쿠시마 일정은 생략하기로 했다. 굳이 성급하게 일정을 진행해서 나중에 또 와서 못 본 것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은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일요일에 목적지를 결정하고, 대략적인 일정을 짰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 가서 만날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분을 볼 수 있도록 일정도 조율했다. 숙소와 교통, 항공권까지 예약했다. 일요일에 모두 다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월요일에 원화 환전을 해서 환전까지 마치고, 화요일의 여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 일요일부터 모든 것을 결정하고 계획한 여행을 떠났다.




화요일 아침 비행기를 탔다. 일요일에 예약한 비행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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