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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무료나눔 하던 사람

뭔가 어울리지 않던 단어들

by 문현준

나는 내가 옛날에 썼던 글을 읽곤 한다. 우연찮게 오타를 발견해서 나중에 고치는 장점도 있지만, 그것보다 좋은 것은 옛날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그때 했던 생각을 다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었던 일도, 내가 그때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도. 그러다가 최근에 내가 이전에 썼던, 인상적인 글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내 기분도.




그때 나는 친구가 보내준 게시글을 봤었다. 이것저것 시시콜콜한 것들 중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모두 나에게 보내는 그 친구는, 이번에는 무슨 중고 거래 어플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내줬다. 자기는 처리하기 애매한 것들을 무료 나눔이라고 올리는 것들이 많은 그곳에, 생소한 것이 올라와 있었다. 새장 안에 앉아 있는, 하얀색과 하늘색이 섞인 잉꼬 한 마리. 게시글의 제목은 이랬다. 잉꼬 무료 나눔합니다. 새장 포함. 게시글의 내용은 또 이랬다. 아들이 1년 반 정도 키우던 잉꼬를 키울 사람이 없어 무료 나눔합니다.




앵무새를 무료 나눔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좀 더 큰 동물을 무료 나눔한다는 것과 사실 다를 게 없음에도 동물의 체격 때문에 조금 다른 동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새장 안에 말 없이 앉아 있는 잉꼬가 측은해 보였다. 잉꼬는 자기가 무료나눔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무료 나눔된 잉꼬는 어떻게 될까. 또 어딘가로 가서 여기 저기를 떠돌아 다니며 무료 나눔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그 잉꼬가 마지막 숨을 내뱉을 때 그 모습은 어떨까.




운이 좋아서 좋은 주인을 만나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낸다면 모르겠지만, 그러기엔 쉽지 않아 보였다. 문득 그 잉꼬 사진을 보면서 침울해졌던 것은, 내가 일전에 집에서 앵무를 키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새를 키웠다가 보낸 기억이 있어서, 그리고 내가 또 새를 좋아해서, 그래서 새장 안에서 앉아 있던, 처지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는 처치 곤란이었던, 잉꼬에게 마음이 갔던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잉꼬에게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내가 알던 잉꼬도 아니었고, 진짜로 잉꼬를 나눔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만약 그 잉꼬가 새가 아니었거나 예쁘지 않았다면,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특성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아무런 관심도 없는, 실제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잉꼬에게 마음을 쓰고 있었다.




내가 그때 쓴 글을 읽다 보니, 2020년 9월 그때 내가 하던 생각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 그것에 신경이 쓰여 마음이 아팠다. 2023 06, 서울 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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