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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하는 사람의 그것은 개도 안 먹는다

문득 옛날의 말이 떠오를 때

by 문현준

대학교 다닐 때 인사동에서 잠깐 음식점 일을 했다. 교환학생 가서 쓸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과, 인사동에서 일하면 외국인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일 했던 것 같다. 군대 갔다오고 나서 직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하게 된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 일과는 다르게 명확한 목표라는 것을 가지고 일을 했었다.




인사동의 유명한 대로 변에 있는 첫 번째 음식점으로, 다른 음식점이 모두 문을 닫아도 올곧게 문을 여는 음식점이었다. 보통 12시간 근무를 했기에, 아침 9시까지 출근 하고 휴식 시간 15분 정도가 있고 사이사이 점심과 저녁을 먹으면서 저녁 9시에 음식점을 나서면 앞쪽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의 노래 소리가 유난히 구슬프게 들렸던 기억이 있다.




목 좋은 곳에 있는 가게가 그렇듯이 실 소유주인 사장은 일 하면서 단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는 듯 했고, 전반적인 운영을 관리하는 실장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30대 후반인 듯 보이는 여자였는데 초등학교를 다니는 듯 한 애기 두 명이 있었다. 많은 일을 전적으로 맡아서 하다 보면 그 스트레스가 얼굴에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음식점 일을 하면서 접객으로 다져진 자세 이면에 그 스트레스를 종종 보는 일이 있는 사람이었다.




업무 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험한 소리를 하는 것들도 기억났지만, 지금 생각하면 몇몇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먹던 밥도 잘 먹는다,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손님이 오가는 음식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정해진 휴식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이 없어, 밥 먹다가도 손님이 오면 접객을 하러 나가야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 업무 환경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또 언제 어쩌다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장사하는 사람의 그것은 개도 안 먹는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맨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장사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것도 맛이 없어 개도 먹지 않는다 이런 뜻으로 이해했었다.




사실 그 실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내외부 인력 관리하고 매출 생각하면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일을 이어나갔을지 그때는 잘 몰랐었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판다는, 내가 생각하는 사업의 기초적인 측면을 나는 아직 그때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새로 무언가를 하게 되면 신경쓸 것도 많고, 스트레스도 생긴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기만 한 것은 없을 것이다. 무엇을 하려 한다면 이전에 없던 압박도 따라온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그 말처럼,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학생도, 회사원도, 사장도.




요즘 들어서, 내가 여태 봐 왔던 사장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각각 다른 부담들을 겪고 있었던 사장들이, 요새 종종 생각난다. 2022 12, 서울 화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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