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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을 보러 왔는데 화산이 안 보이면

가고시마의 시로야마 전망대

by 문현준

가고시마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내려놓은 뒤, 번화가 구경을 하고 나서 동네 밥집 느낌이 나는 라멘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멀지 않은 곳에 가고시마 시의 유명한 관광지가 있었다. 시로야마 전망대라는 곳이었다.




사실 이곳은 버스로도 갈 수 있는 곳인데, 라멘을 먹고 전망대를 버스로 가려 하면 동선이 매우 복잡했다. 일단 라멘집에서 가고시마 역으로 간 다음, 가고시마 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했다. 그래서 나는 구글 지도 상으로는 그다지 거리가 멀지 않은 시로야마 전망대를, 라멘집부터 시작해 걸어가기로 했다.




다만 괜히 전망대가 아니기에 약간 높은 언덕에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나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음료를 하나 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로야마 전망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니 시로야마 전망대로 향하는 길, 아니, 산길이 나왔다. 나는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다.




시로야마 전망대 버스 정류장과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는 거리상으로 길지 않았지만 언덕을 짧은 거리로 올라가려고 하다 보니 꽤 경사가 있는 편이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고도 표시를 보는 것은 신기했지만, 조금 올라가다 보니 숨이 조금 차오르는 정도였다. 게다가 한 여름 게다가 남쪽 가고시마라니, 신기할 정도로 모기가 적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짧은 거리를 힘내어 올라가니, 주차장까지 다 와 가서 가고시마의 전경과 저 멀리 사쿠라지마 화산이 보였다. 그런데 사쿠라지마 화산이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좋지 않고 구름이 껴 있지만 나중에는 더 좋아질 수도 있겠다 기대하며, 일단 계속 올라가기로 했다.




주차장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앞쪽에 관광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들이 있고, 화장실이 있었다. 그 앞쪽의 완만한 숲길을 따라 걸어가니, 작은 공간의 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에서는 가고시마 시내와 사쿠라지마 화산이 한 눈에 들어왔다.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본 사쿠라지마 화산과 가고시마 시내 전경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영상과 사진을 찍으면서 한 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일본 중학교에서 단체관광 온 것 같은 학생들까지, 전망대가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머무르면서, 설마 한 번은 사쿠라지마 화산의 위쪽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천천히 기다리면서 사쿠라지마 화산을 계속해서 바라봤지만, 아쉽게도 이날 공원에서 본 사쿠라지마 화산은 계속해서 흐린 모습이었다. 화산을 보러 올라온 곳인데 화산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가고시마에서 며칠 있을 예정이었으니 나중에 한번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전망대 아래로 보이던 가고시마 시내 전경




가고시마와 사쿠라지마 화산을 오가는 여객선도 볼 수 있다




사쿠라지마 화산은 비가 왔다 안 왔다를 반복하는 듯 했다




가고시마는 내가 일본에서 가 본 곳 중 가장 남쪽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바다의 색이 열대의 옅고 푸른 색 같아 보였다. 오키나와에 간다면 볼 수 있는 바다의 색이 이런 색일까 하고 생각했다.




구경을 좀 하고 있으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더 기다린다고 해서 화산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 같아, 정리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도중에 작은 공원 공터가 있어 가 보니, 점심 포 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옛날에는 점심시간에 그곳에서 대포를 쏴서 시간을 알렸는데, 대포 터지는 의성어와 밥을 의미하는 말이 비슷해서 사람들이 점심포 라고 불렀다나. 말하자면 점심빵 같은것일까.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더 쉽겠지만, 비가 언제 그칠지 알 수 없었기에 우산을 쓰고 내려가기보다는 그냥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가고시마 역에서 출발해 일방통행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갑자기 쏟아지는 비 속의 사람들을 구경했다.




전망대까지 가는 길 앞의 소소한 기념품 가게들




갑자기 비가 오던 시로야마 전망대 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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