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의 화산섬, 사쿠라지마 구경
본격적인 가고시마에서의 첫날 아침, 나는 가고시마에 온 이유 중 하나인 사쿠라지마 화산을 돌아보기로 했다. 아직까지도 활동하는 화산이 도시 옆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작은 규모로 자주 분화하기에 오히려 안전해서 관광 코스로 유명하다는 재미있는 장소였다.
옛날엔 조식을 든든히 챙겨먹고 여행길에 나서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숙소에 조식이 없는데다가 근처의 카페들을 돌아보는게 더 재미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문 연 카페를 찾아뒀다가 한 곳씩 돌아다니면서 아침에 빵과 커피를 사 먹었다.
번화가 쪽에서 봤던 익숙한 이름의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었는데, 아이스 라떼와 버터 토스트를 먹었다. 이름이 왜 익숙한가 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 같은 이름의 카페가 있었다. 다만 같은 브랜드는 아닌 것 같고, 이름만 같은 듯 했다.
(빈속에 아침으로 먹었던, 버터 올라간 토스트와 아이스 라떼)
그렇게 아침을 해결하고 나서 사쿠라지마로 가기 위해 페리 선착장으로 향했다. 페리 선착장으로 가기 위해 정류장에 서서 하늘을 구석구석 쳐다보았다. 구름이 많은지 적은지, 많으면 얼마나 있는지 보기 위한 것이었다.
날씨가 항상 좋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앞으로 또 날씨가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맑은 하늘을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사쿠라지마 화산을 보여주는 라이브 영상으로 그날의 날씨를 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지만, 지금의 날씨가 가장 좋을까 하는 생각은 항상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푸른 하늘이 보인다는 것이 다행인 것 아닐까 생각하며, 사쿠라지마 섬에 도착해서는 날씨가 좋기를 꿈꿨다.
사쿠라지마 섬과 가고시마를 오가는 페리는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사이즈가 크고 밤낮 구분 없이 규칙적으로 운행하는데, 이는 화산이 갑자기 활동을 시작했을 때 필요한 경우 사람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화산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파괴적인 이미지와는 별개로, 현지 사람들은 크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듯 했다. 길가에는 화산재 버리는 곳 이라고 적힌 푯말이 있고, 화산재가 날릴 수 있지만 몸에 나쁘지는 않으니 괜찮아요 라는 말이 안내책자에 적혀 있었다.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화산인 사쿠라지마 안에서 사람이 살고 있기도 했고.
페리가 출발해 사쿠라지마에 가까워지면서 또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읽을 수 있었다. 사쿠라지마는 몇 번의 거대한 분출을 겪었는데, 그래서 구조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어 화산의 식물 종 분포가 다르다고 한다.
페리에서 가까워져 가는 사쿠라지마 위로는 구름이 지나가면서 뿌옇게 변했다가 흐려졌다를 반복했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비가 오는 모양이었다. 내가 사쿠라지마 구경을 할 때는 적어도 비는 오지 않기만을 빌어 보았다.
원래 하루 종일 사쿠라지마에서 시간을 쓰면서, 가 보고 싶었던 장소를 충분히 구경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열심히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구글 지도로는 검색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몇 곳의 전망대들만 즐겨찾기에 열심히 기록해 두고 도착해서 가는 방법을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안내 책자에 적힌 노선도도 나를 복잡하게 했다. 사쿠라지마 시내 노선도 있고, 사쿠라지마 지역 노선도 있다. 두 가지가 다른 것일까? 옛날 동생과 오사카에 갔을 때 지척에 있는 역인데도 환승을 할 수 없고 다른 이름으로 만들어 뒀던 역을 보며 신기해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게 사쿠라지마 섬에 도착하고 나서, 그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방법을 찾으려 하던 나는 결국 사쿠라지마 섬 여객 터미널의 관광 안내소에 갔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볼 수 있다. 내가 가 보고 싶었던 장소들 중 실제로 가 볼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한 곳은 내가 방문했던 때가 비수기라 가는 버스가 없었고, 다른 한 곳은 그곳에 갈 수는 있었지만 돌아오는 버스가 없었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보통 사쿠라지마에 오면 많이들 방문하는, 관광 코스로 잘 짜여 있는 버스 노선에 포함된 곳이었다. 뭔가 시간을 좀 더 들여서라도 방문할 수 있는 곳에 가 보고 싶었지만, 그런 곳에 가려면 끓어오르는 땡볕에 자전거를 타서 겨우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빠르게 포기하기로 했다.
사쿠라지마 여객 터미널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서는, 주기적으로 관광명소들을 잇는 버스가 오갔다. 나는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고 몇 곳의 전망대를 둘러 볼 생각으로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