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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Dec 26. 2023

잘하는 집을 못 가봐서 그래

꼰대와 꼰대 욕하는 사람

누가 나에게 유튜브를 보냐고 물어보면 나는 별로 안 본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찾아야 할 정보가 있다면 뒤적거리는 편이지만, 어떤 유튜버의 영상을 좋아해서 구독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본다거나, 취미로 유튜브 감상을 한다고 말 할 정도로 많이 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작업 하다가 중간에 좀 늘어지거나, 게을러질 때면 유튜브를 뒤적거리곤 한다. 어쩌다가 내 알고리즘에 그런 것이 뜨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거기에 뜨는 이런저런 영상들을 보곤 한다. 요새는 작업할 때 음악을 틀어놓기에 음악이 많지만, 가끔 내가 알고 있던 영상이 뜨기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그랬다.




사실 그 영상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문득 그때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기억이 떠올라서 한번 다시 보기로 했다. 원래는 레시피를 주제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인 줄 알고 있었는데, 내가 본 그 사람의 다른 것을은 레시피가 아니라 아예 다른 것을 주제로 노래 컨텐츠를 만든 것들이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름이 잘 하는 집을 못 가봐서 그래 였다.




뭔가 트로트 느낌이 나면서도 너무 옛날 느낌은 나지 않는 멜로디를 배경으로 담담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회사의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머리 벗겨진 부장이, 곱창이 돼지냄새 나서 별로라는 젊은 사람들의 말에 아 그건 잘하는 집을 못가봐서 그래 라고 하자 옆에 있던 다른 젊은직원이 요새 그런말 하면 꼰대소리 들어요 하자 부장은 아 그런가 하하 미안 이러자 직원들이 괜찮아요 그럴수도 있죠 하는 내용이었다. 잠깐, 이게 미안하다고 할 일이야??




어쨌든 그 뒤로 이상하게 구슬프면서도 어딘가 흥겨운, 신명나는 곡조로 부장은 자신의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자기도 옛날엔 모두에게 사랑받고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모두에게서 경멸의 눈초리를 받게 되었다면서, 사실 나도 너희 젊은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너희는 나를 보고 꼰대라고 이야기 하지만 자그마한 경험으로 단정짓는 니들이 나보다 더 꼰대야 라면서.




재미있는 것은 영상과 노래의 주제가 일견 꼰대에 맞춰져 있는 듯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처음에 시작되었던 음식 잘 하는 집을 못 가봐서 그 맛을 모른다는 처음의 그 곱창집 이야기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잘 모르지만, 어딘가에 숨어있는 잘 하는 집 가면 정말 맛있다! 라는 이야기가 일관성 있게 이어지면서 중간중간 나이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조언이 흘러나온다는 것이었다.




성공한 사람을 보고 억울해하지말고 연구를 해라, 속도보다 타이밍이니 어깨에 힘좀 빼도 된다, 나보다 못난 사람을 욕하는 단맛에 중독되지 말아라, 같은 먼저 경험해 본 사람들이 해 줄 수 있는 담담한 이야기들이 나올 때 문득 몇 가지는 내가 느끼고 있던 것들이기도 해서 신기했다.




영상의 마지막은 결국 우리가 이렇게 맞지 않는 것은 결국 잘 하는 집을 못 가봐서 그렇다, 라면서 곱창집에서 맛있게 곱창을 먹는 부장과 젊은 직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같이 가자, 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쿠키영상으로 떡볶이에 크림 넣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장과 이제 입장이 뒤바뀐 젊은 직원들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누군가를 꼰대라고 무작정 비판하는 것도, 꼰대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도 둘 다 안 좋아한다. 요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쌈박질 할 이유를 찾아내고 싸움을 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그런 무거운 주제를 음식 맛에 비유하면서 부드럽게 녹여낸 데다가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한 그 영상이, 나는 그 영상이 끝나고 나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 오늘 나는 그런 사람을 새로이 한 명 알게 된 기분이었다.  



꼰대와 꼰대 욕하는 사람들이 싸우는 이 세상에, 나는 어느 유튜버의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2023 06, 서울 화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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