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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an 30. 2024

비싼 기차 패스 본전 뽑기

날씨 좋은 곳 찾아가서 구경한 구마모토

가고시마에서 여행을 하는 동안, 좋지 않은 날씨로 걱정이 많았다. 태풍은 남쪽에서 위로 올라오고 있었고, 원래는 동쪽의 도쿄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갑자기 확 꺾어서 서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서쪽이라 함은 바로 가고시마 아래쪽이었고, 조금만 더 올라온다면 후쿠오카 쪽까지 갈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가고시마 쪽부터 날씨가 흐려지고 있어, 푸른 하늘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후쿠오카에서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없을지도 문제였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남은 여행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원래 날씨가 좋다면 가 보고 싶었던 가고시마 근처의 예쁜 산이 있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태풍이 올라오는 가고시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가고시마에서 예정보다 일찍 출발해 후쿠오카로 돌아가 상황을 보면서 기다리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리고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편도 기차 표를 끊는 대신, 3일짜리 기차 패스를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면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날 전 다른 도시를 구경할 수 있으니까.



 

기차 패스 가격은 꽤나 비쌌고 가고시마에서 후쿠오카 까지 가는 편도 기차표의 가격보다 높았지만, 만약 그 동안에 다른 소도시들을 한번 왕복한다고 하면 패스 비용보다 더 많은 가격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고시마를 떠나기 전날, 구마모토 구경을 해 보기로 했다.




구마모토 근처의 활화산 지역인 아소산 구경도 해 보고 싶었지만, 기차를 타면서 이동하는 일정으로는 한계도 있었고, 무엇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주 빠듯하게 움직여야 해서 내가 생각한 여행과 맞지 않았다. 어릴 적 아소산 구경은 해 보았어도, 구마모토 구경을 했던 기억은 나지 않는 듯해 하루 동안 그냥 마음 편하게 구마모토만 돌아볼 생각으로 아침 기차에 올랐다.




구마모토로 가기 위해 탔던 신칸센




구마모토에 도착하고 나서, 혹시 몰라서 아소산 관광지대로 가는 길을 찾아 보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아소산 쪽도 날씨가 어떨지 알 수 없었다. 배를 타고 화산을 구경하러 갈 수 있지 않냐고 물어보는 외국인 관광객 무리를 구경하며, 아소산은 포기하고 구마모토 시내를 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구마모토 시내에서도,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무제한 교통 패스가 있었다. 어떤 교통수단을 얼마나 이용할지에 따라서 금액이 조금씩 달라졌는데, 패스의 금액이 4번이나 5번 정도를 사야만 본전을 뽑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어디로 얼마나 구경을 하러 갈 지 몰라서 일단은 패스를 사고 시내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생각보다 버스를 많이 타고 다니지 않아 구마모토 시 재정에 일조한 하루가 되었다.




사실 구마모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구마모토 성과 구마모토 지진, 구마모토의 마스코트 쿠마몬 정도라 어디서 뭘 구경해야 할지 몰랐다. 자연 경관이나 독특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특별히 매력적인 장소가 없어서, 일단은 구마모토 성을 구경하고 구마모토 시내 번화가에 가 보려 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구마모토 성




저 멀리 보이는 아소산 쪽 전망




날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푸른 하늘은 볼 수 있었다




구마모토 성 안쪽은 아직도 지진의 피해를 복구하고 있는지, 곳곳이 무너진 상태로 위쪽에 간단한 보수만 해 둔 상태였다. 성 위쪽에 올라가니 구마모토 시내 전경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먼 곳에 풍력발전소가 돌아가는 아소산 쪽 방향도 볼 수 있었다. 위쪽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이, 무리해서 가도 좋은 풍경은 볼 수 없었으려나 싶었다.




성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구마모토 시내 전경을 구경한 뒤, 내려와서 구마모토 시내의 번화가로 갔다. 이런저런 가게를 구경하다가, 미리 알아본 라멘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주 깔끔하게 끓인 듯한 라멘이었는데 국물 맛에서 소고기 무국 맛이 나는 듯했다. 평점이 높아 사람들로 붐비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내가 갔을 때 손님이 나밖에 없어 한적한 내부 분위기와 함께 라멘을 먹고 나올 수 있었다.




점심을 먹었던 구마모토의 라멘 가게




작은 내부 공간에, 나 혼자만 있었다




깔끔한 맛이었던 소금 라멘




구마모토의 골목을 구경하면서 다니다 보니, 접근이 금지된 건물들이 많았다. 맨 처음에는 소유주가 바뀌거나 하면서 분쟁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안전장치가 걸려 있는 것을 보니 오래 전 있었던 큰 지진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구마모토 번화가를 구경하다가 안쪽 큰 길과 구마모토 성이 잘 보이는 곳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쉬거나, 디저트 가게를 돌아다니거나 하기도 했다. 햇볕이 쨍해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했는데, 전반적인 기온이 습하고 더워서 길게 걸어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서늘한 실내에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가 밖을 좀 걸어다니고를 반복하면 조금 괜찮았다.




지나가다가 돈키호테를 봐서 들어가 보았는데, 이곳에서 꽤 재미있는 식품 첨가물을 팔고 있어서 가고시마에 돌아가서 사 봐야겠다 싶었다. 어떤 음식에라도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 같은 해물 토핑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가고시마의 돈키호테에 가서 비슷한 것을 찾으려 하니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역시 이걸 사야겠다 싶으면, 바로 사야하는것 아닐까. 돈키호테에는 그 이외에도 재미있는 것이 많이 있어서, 한국의 아이스크림 비슷하게 생긴 아이스크림이 있기도 했다. 한번 사 먹어 볼걸 하는 생각에 지금도 후회된다.




성을 구경하고 나서 돌아봤던 구마모토 번화가




건물 중턱 전망 좋은 곳에서 쉬면서 마셨던 로컬 맥주




구마모토 성과 앞쪽의 트램이 보였다




아이스크림과 떡들이 어울렸던 디저트




돈키호테에서 봤던 재미있는 아이스크림




너무 늦지 않게 가고시마에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해 지는 것은 보고 갈 생각이었다. 마침 잘 알아보니 구마모토 성 근처에 시청 위쪽이 무료개방 되어서, 노을을 거기서 봐도 되겠다 싶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시청은 닫혀 있었지만, 전망 공간을 방문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었다.




위쪽으로 올라가니 불 켜져 있는 한 층이 있었는데, 평소에는 행사가 있을 때만 쓰는지 곳곳에 파티션과 의자가 쌓여 있었다. 창가 쪽으로는 구마모토 성이 잘 보였는데, 안쪽이 불이 꺼져 있긴 했지만 아예 막아 두지는 않아서 다른 쪽 창문을 통해 구마모토 시내 전망을 볼 수 있었다.




하늘에 있는 구름들이 해 질 때쯤 되니 멋진 노을을 만들어 주어서, 해 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올라가 천천히 노을을 기다렸다. 마침 자판기도 있어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면서 노을이 오기를 기다렸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을과 도시의 밤빛이 어우러지는 때가 왔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질때까지 얼마 되지 않는 시간 구마모토에 찾아오는 밤을 구경했다. 내가 좋아하는 특별한 자연경관 같은 것을 구경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밤이 찾아오는 도시의 야경을 보는 것은 항상 재미있었다.




노을이 드리우던 구마모토 성




하늘의 구름들이 멋진 저녁노을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해 지는 것까지 구경하고 나니 밤이 되어 있어서, 짧은 구경을 마치고 가고시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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