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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r 26. 2024

부동산 매물 그거 어떻게 찾는건데

뭐든지 처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집 밖에서 베이킹을 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겠다 싶었던 나는,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 보기로 했다. 지금이라면 그 공간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이 아니라면 또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공간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부동산 매물을 찾는 것이었다. 부동산 매물을 찾는다고 해 봤자 옛날 대학교 다닐 때 자취방 찾는 정도의 경험이 다인 나는, 이제 내가 생각한 조건들을 맞추는 적합한 부동산 매물을 찾아야만 했다. 매물을 찾으러 다니기 전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부터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한 중요한 요소들은 가령 이런 것들이었다. 1년이 넘게 외부 공간들에서 베이킹 모임을 진행해 봤던 내가, 주로 이용하던 공간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 깔끔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내부에 충분히 수납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물건을 어수선하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는 곳, 사람들이 베이킹 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곳, 지하철 역이나 버스정류장 등의 대중교통 정거장에서 도보로 5분이내인 곳, 오븐기구가 문제 없을 정도의 충분한 전력을 이용할 수 있는 곳, 사람들이 찾아오는데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곳.




대략 생각한 조건들은 그런 것들이니, 이제 정량적인 조건으로 바꿔야 한다. 기존에 이용하던 공유주방 공간의 평수를 알고 있었기에, 그 이상의 공간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10평 이상의 공간에, 전력 사용에 문제가 없고, 내부 화장실이 있으며, 근처에 내가 생각하는 그런 유흥가가 없고, 대중교통에서 접근하기에 이용이 편리한 곳. 내가 감당 가능한 임대료인 곳. 지역은 을지로나 충무로 쪽으로 하고 싶었는데, 내가 어릴 적부터 많이 다녔고, 서울의 중심 쪽에 있어서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도 편하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을 찾았으니, 이제 매물을 찾아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니까...매물을...어떻게...찾는데? 부동산 매물 그거 어떻게 찾는건데? 여태 물건을 인터넷으로 쇼핑만 해 봤을 뿐 부동산 매물을 찾아본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나는 매물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찾아야 하는지 도저히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여태껏 단 한번도 부동산 매물을 제대로 찾아다녀 본 적이 없었기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일단 을지로와 충무로 쪽을 둘러보러 다니면 뭐가 좀 되나 하는 생각에 나가서 무작정 부동산들을 돌아보려 했다. 그런데 부동산에 들어가지 않고 부동산에 적혀 있는 매물 정보들만 보는 것만으로는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그때까지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들어가서 뭘 물어봐야 하는지 어떻게 내가 필요한 정보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아는 것이 없으니 자신감도 없고, 자신감이 없으니 부동산에 들어갈 용기도 없어졌다.




내가 원하는 그런 매물을 찾기 위해 부동산을 열심히 돌아봤지만 생각보다 성과는 없었다. 게다가 그냥 매물을 찾아보자, 는 생각으로 치킨집보다 많아 보이는 부동산을 일일이 돌아보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비효율적인 일을 계속 하고 있다, 라는 생각은 추진력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매물을 찾아야겠다는 내 생각이 실시간으로 꺾이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부동산 매물을 찾는 방법에 대해 아는 것도 없도, 어떤 정보를 파악하고 무엇을 중요시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모르던 나는, 아주 빠른 속도로 추진력을 잃어 가고 있었다. 어느날 모임 후 뒤풀이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해 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생 첫 부동산 매물 찾기에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나는 빠르게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2024 01, 서울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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