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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Apr 25. 2024

하고 싶었던 장소를 벗어날 때

계속 같은 곳만 고집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그런 베이킹 공유주방을 시작한다면 을지로와 충무로에서 하고 싶었다. 내가 충무로와 을지로 쪽을 좋아해서였는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올라오기 전부터도 오래 전 을지로와 충무로에 왔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충무로 쪽에서 일을 하셨기에 나는 곳곳을 다닌 기억이 있었다. 부모님이 충무로의 사무실에서 개업식을 할 때도 충무로에 왔고, 군대에서 첫 휴가때 충무로의 사거리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달달한 음료를 마시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유명한 번화가처럼 젊은 사람들만으로 넘치고 반듯하지는 않아도, 나는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그게 더 내가 알고 있는 서울 같았다. 




충무로와 을지로 쪽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나름 서울의 중심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베이킹 일정을 진행하다 보면 서울 안 다른 곳 혹은 경기권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들 군데군데서 오는 경우가 있다 보니 서울의 중간 정도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을지로와 충무로 쪽은 생각보다 내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기 쉽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공간 개념은 파티룸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을지로와 충무로 쪽의 부동산에서 파티룸 매물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매물이 사무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게다가 노후화된 건물이 많아서, 내가 생각한 꼭 필요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상하수도, 깔끔한 화장실, 짐을 편하게 옮길 수 있는 층수 혹은 엘레베이터가 있는 건물. 한 두개가 없거나, 전부 없거나 였다. 




그러다가 운 좋게 충무로 쪽 근처에서 매물을 하나 찾았지만, 건물주가 파티룸 영업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실제로 원하지 않는 것이던, 월세를 협상하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던, 하여간에 그곳에서는 진행할 수 없었다. 그 매물을 보면서 충무로에서는 내가 생각한 범위 안에서 매물을 찾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 충무로와 을지로 쪽을 더 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더 멀리 간다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역적인 특성을 포기하고 더 적합한 공간을 꾸릴 수 있다면 충분히 알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어차피 매물을 알아본다고 해서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니까. 파티룸 매물이 많은 곳에 내가 원하는 매물도 많을 것 같아, 기존에 파티룸들이 많이 영업하고 있는 신촌이나 아현, 홍대입구 쪽도 한번 알아볼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생각한 지역에서 좀 많이 멀어지긴 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매물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어영부영 하다가는 또 추진력을 잃어버릴 수 있었기에, 나는 또다른 좋은 매물을 찾아다녀 보기로 했다. 내가 맨 처음 기대했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들로.  



을지로와 충무로 쪽에서 적합한 매물을 찾지 못한 나는, 다른 지역도 알아보기로 했다. 2023 10, 서울 해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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