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모르고 있었을까
이번에 동생과 오사카에 가면서 꼭 가 보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아베노 하루카스라는 빌딩에 있다고 하는 전망대가 그것이었다. 나는 동생과 7년 전 오사카에 간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아베노 하루카스의 전망이 오사카의 어떤 전망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말에 나중에 꼭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베노 하루카스 전망대는 나와 동생이 마지막으로 오사카를 갔던 2017년 이전에 이미 개장한 상태였다. 나는 왜 몰랐던 걸까.
아베노 하루카스를 알게 되기 전 내가 알고 있던 오사카의 전망대는 우메다 스카이 빌딩이었다. 옛날 고등학교 때 일본을 가면 일정에 끼어 있어서 둘러보곤 했는데, 그곳에서 봤던 도시의 야경이 깊은 인상으로 남았던 나는 그 뒤에도 오사카를 가면 한번씩 들렀다. 하지만 아베노 하루카스의 전망대가 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것보다 훨씬 좋다고 해서 나는 꽤 많이 기대를 했다. 마침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은 정말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을 정도로 날씨가 좋았기에 전망을 보러 올라가기에 딱이었다.
흔히 아베노 하루카스 라고 부르지만, 아베노 하루카스는 빌딩의 이름이고 하루카스300 이 전망대의 정식 이름이라고 했다. 숙소에 짐을 넣어두고 잠시 쉬었다가 지하철 역으로 가니, 복잡한 역 주위 공간과 지하철 아래로 전망대 올라가는 엘레베이터가 있었다. 일단 위쪽의 공간으로 가서, 그곳에서 입장권을 끊고 또 위쪽 전망대로 항하는 엘레베이터를 타게 되어 있었다. 사람이 붐비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바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3층 정도 규모의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 네 면이 모두 보이는 거대한 유리창 밖으로 오사카의 전경이 내려다보였다. 전망대 안쪽에는 작은 공간과 야외 탁자, 의자가 있었는데 매점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높은 전망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던 동생은 해 지는 방향의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고, 나는 해 지는 시간에 맞춰 이곳의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건물 옥상의 야외 헬기 착륙장을 돌아보는 유료 프로그램이 있는데, 해 지는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나중 일정도 미리 예약할 수 있어서, 적당히 둘러보다가 시간 맞춰 헬기 착륙장에 올라갔다.
직원을 따라 내부 문 안의 계단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니, 건물 꼭대기의 헬기 착륙장에 도착했다. 높은 위치의 외부에 노출되어 있기에 안전상의 이유로 카메라 등의 물품 일체를 들고 난간에 가까이 갈 수 없게 되어 있다던가, 핸드폰이나 카메라 정도의 물건 말고는 보관함에 넣고 올라가야 한다던가 하는 조건들이 있었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보는 전망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직접 와 보니 괜히 오사카에서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진 곳이라고 하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주위의 고층빌딩에 싸여 있어서 전망이 부분적으로 가리는 편이었던 우메다 스카이 빌딩과는 다르게, 아베노 하루카스 주위는 전망을 가리는 것 없이 탁 트인 전망이 아주 깔끔했다. 높이가 높아서 그런지, 전망이 좋아서 그런지,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층빌딩이나 오사카의 다른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헬기 착륙장 구경까지 마치고 다시 전망대 내부 공간으로 돌아오니 밤에 가까운 시간이 찾아왔다. 전망대 둘러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것이 없는 동생은 건물 지하의 백화점으로 내려가 구경을 하다가 언제 내려오냐고 투덜대고 있어서, 조금만 더 구경하고 내려가겠다고 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타니, 아까 왔던 중간 공간에 도착했다. 올라오면서는 대충 봤지만, 내려가면서 한번 둘러보니 그곳에 있는 것은 작은 공원이었다. 공원에도 작은 전망대가 되어 있어서 오사카 전망을 볼 수 있었는데, 밤이 되어 조명과 함께 빛나는 공원도 둘러보기 좋았다.
날씨 운도 아주 좋은 방문이었지만, 나에게는 더 고민할 필요가 없는 오사카의 전망 장소로 남을 하루카스 300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