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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y 08. 2024

지금은 공사중이고요 끝나면 괜찮아요

다른 곳에서 둘러봤던 매물들

관심 있던 장소인 을지로와 충무로 근처, 다른 매물을 찾아 좀 더 떨어진 장소까지 돌아보았다. 나는 지하철 노선 여러 개가 가까이 있는 접근성 좋은 것을 원했지만 그것은 내 개인적인 바람인 듯 했고, 대부분의 매물은 신촌역과 홍대역 쪽에 있었다. 




그 중에 두 가지 매물이 꽤 매력적이었는데, 하나는 신촌역 근처에 있는 매물이었다. 또 익숙하게 부동산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전단지를 돌리는데, 부동산에서 보여준 것은 신촌역 근처 큰 길가 안쪽의 건물 5층에 있는 매물이었다. 




바로 아래쪽이 한의원이라 그런지 한약재 향기가 올라오는 그곳은 공실인 상태로 아무것도 없었고, 내부 화장실이 있었다. 공간이 반듯하게 사각형 모양이라 이용하기 좋아 보였다. 가장 좋았던 것은, 앞쪽의 대로변이 훤히 보이는 전망과 밖에서도 잘 보면 안에서 뭘 하는지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밖을 볼 수 있고, 밖에서도 안을 볼 수 있는,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는 점이 나에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다만 위치가 위치라 그런지 월세가 꽤 비쌌는데,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천장부터 아래까지 이어지는 통창의 멋진 전망이 좋았던 탓에 이곳에서 한다면 좋겠다 싶었지만, 목표로 설정했던 월세와 차이가 많이 났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매물은 아현역과 신촌역 사이였는데, 건물을 재건축 하기위해 골조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완공 후의 세입자를 찾고 있는 상태였다. 건물에 찾아가니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 위쪽에 부동산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을 겨우 찾아 2층으로 올라가니, 부동산에서는 지금은 공사중이지만 공사 끝나면 괜찮을 것이다 하면서 좋은 점을 설명해주었다. 




부동산 쪽에서는 꽤 신경쓰이는 눈치인지 지금은 공사중인 것이고 나중에는 괜찮을 것이다, 라는 말을 힘주어 강조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여태까지 봤던 매물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매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아현역 근처의 매물이었다. 주택 형태의 공간이라 내가 생각한 것과 이미지는 맞지 않았지만, 계약을 하게 되면 건설업에서 일을 했던 건물주가 용도에 맞게 건물 시공을 진행한다는 점이 큰 매력 포인트였다. 




지금 모습은 중요하지 않고 나중에 내가 그 공간을 어떻게 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내 대답이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생각한 계약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단 아현역과 신촌역 사이의 언덕 위에 있었는데, 두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오르막을 계속 걸어야 하는 위치였다. 그 정도라면 일전에 이용했던 공유주방들의 위치와 비교해서 특별히 대단하게 좋을 것이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도 몇 곳의 매물을 돌아보았지만, 다들 내가 생각한 매물과 방향성이 달랐다. 게다가 부동산 매물이란 인터넷으로 라면을 사는 것과는 좀 달라서, 지금 부동산이 알고 있는 매물이 없다면 또 새로운 매물을 찾거나 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돌아보면서 또 새로운 괜찮은 매물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게 좋아 보였던 것이다. 




결국 신촌과 홍대입구 쪽 까지 가서라도 매물을 찾으려 했던 나는 적합한 매물이 지금 당장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던 위치의 매물까지 찾아 내가 원했던 장소를 바꾸거나, 아니면 다른 내가 원했던 조건을 바꾸거나.




둘 중에 하나는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던 조건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2024 02, 서울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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