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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y 13. 2024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일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도박이었던 선택

나는 내가 좋아하던 을지로와 충무로 쪽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의 매물을 찾아 공간을 꾸리려 했다. 하지만 내가 찾던 조건에 적합한 공간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공간의 분위기, 월세, 전기나 수도 등 조건 등을 고려할 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던 나는 처음엔 고려하지 않던 위치까지 돌아보았지만 그래도 찾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내가 고려했던 위치에서 멀어지는 곳까지 매물을 알아보거나 아니면 내가 고려했던 월세 조건을 바꾸는 것이었다. 더 먼 곳이나 내가 잘 모르는 곳의 매물을 알아보는 것 보다는, 두 번째 조건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었고 나는 내가 맨 처음 고려했던 월세 금액을 바꿔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두가지 였다. 첫번째는 찾아보면서 월세 금액을 높일 때 생각보다 많은 매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고려하지 않고 있긴 했지만, 혹시 월세 금액을 더 높이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조금 높은 가격의 매물을 알아보기도 했었고 당연하게도 더 많은 매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만 올려도 그랬다. 




두번째 이유는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이었다. 지금 내가 찾아본 공간들 중 이곳이라면 해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공간이 없었고, 그런 공간에서 시작한다면 나중에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맨 처음에 봤던 충무로 역 근처, 계약을 하면 어떨까 싶었던 공간에서 시작한다면? 나는 공간이 작다고 느꼈지만 당시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진행을 했는데, 만약 나중에 공간을 더 넓혀야 한다면? 혹시라도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면? 




조금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이라면 해도 되겠다 라고 생각이 들지 않지만,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진행하고 어떻게든 맞춰 가면서 진행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혹시라도 내가 더 큰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되거나 확장을 해야 하게 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공간에서의 한계는 아마 명확하게 정해질 것이고,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선택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더 많은 가능성으로 더 다양한 것을 원하는 대로 해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 




물론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원래 하던 본업과 병행하려는 목적으로 공간을 준비하고자 했다. 만약 월세가 지나치게 높으면 내 돈으로 메꿔야 하고, 그 메꾸는 돈은 공간에서 나오는 돈이 아닌 본업에서 나오는 돈이 될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가급적이면 내가 생각했던 월세 금액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월세에 맞춰 공간을 찾아 진행하다가 괜히 이 곳에서  시작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두고두고 하는 것 아닐까 걱정되었다. 나는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월세가 너무 비싼 것이 아니라면, 하고 싶은 공간을 준비하는데에 조금 더 돈을 쓰는 것이, 매 순간 아쉬워 하면서 돈을 아끼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다시 을지로와 충무로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월세 금액에서 조금 높은 매물도 돌아보기로 했다. 





원하는 공간을 찾기 위해, 월세 금액을 조금 높여 보기로 했다. 2024 03, 서울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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