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생각만큼 잘 될까?
한국에서 점점 소개팅 어플이 보편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도 아주 긍정적인 인식은 아니지만, 코로나 국면을 맞이하여 많은 소개팅 어플들이 공격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소개팅 어플들이 오늘도 참가자들을 기다리며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매력적인 이성이, 다른 이성이 볼 수 있도록 자신을 홍보해 둔 것을 둘러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특히 그렇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뭐라도 한다면 뭐라도 일어나는 법이다. 뭐라도 일어나길 기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소개팅 어플의 문을 두드린다.
사실 소개팅 어플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성을 만나고 싶다는 것 하나만이 확실할 뿐 다른 것들은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스스로를 꾸미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특정 공간 안에 꾸며진 모습으로 스스로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개팅 어플은 다른 어떤 환경과 구별되는 모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번쯤 짚고 넘어간다면 좋을,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소개팅 어플의 구조는 단순하다. 이성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프로필을 작성해 어플 안에 등록한다. 그럼 다른 이성은 그 프로필을 볼 수 있게 된다. 만약 그 이성이 마음에 든다면 호감 표시나 메세지를 보낼 수 있다. 상대 이성이 그것을 확인하고 수락한다면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지만 소개팅 어플마다 약간의 차이점들이 있다. 우리 알고리즘은 MBTI 심리검사 기반이라며 홍보한다던가, 우리 회원들은 이성의 평가를 거친 사람들만 쓸 수 있다거나, 위치 기반으로 추천을 해 준다던가, 빡빡한 사전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프로필을 올리고,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보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지점이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많은 사람의 프로필을 보고 많은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한다. 시도가 한 번이라도 늘어야 성공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어플 개발사의 밥줄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보통 소개팅 어플은 이성에게 연락을 보낼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어 있고, 다양한 어플 내 유료 결제를 통해 상대에게 연락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 결제를 하도록 유도한다.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 연락을 하거나 프로필을 보는 것은 무료이지만, 더 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소개팅 어플은, 참가자들 간의 교류가 늘어날수록 돈을 버는 구조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방식의 교류던 간에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이성의 프로필을 보고 연락을 하고 싶어할 때, 소개팅 어플 개발사는 돈을 벌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소개팅 어플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소개팅 어플 개발사들이 원하는 방향이 과연 일치할 수 있을까?
소개팅 어플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궁극적인 목표는 소개팅 어플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커플이 되어 어플을 떠나서 더이상 어플을 사용하지 않고 돈도 쓰지 않는 것이, 사용자가 원하는 최고의 결과이다.
반명 어플 개발사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어플 개발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오래 소개팅 어플을 쓰면서 돈을 써 주는 사람을 원한다. 어플 개발사는 사용자들이 커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커플이 되면 어플을 쓰지 않을 것이고 돈도 쓰지 않을 것이다. 개발사들은 사용자들이 그대로 솔로로 남아 있기를 원할 것이다.
소개팅 어플을 만드는 개발사는 사용자들이 솔로로 남기를 원하고, 사용자들은 커플이 되기를 원한다. 환경을 이용하는 사람과,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의 목표는 완전한 정 반대이다. 문제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만약 생태계를 만드는 사람과 생태계를 관리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다르더라도, 개발사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고치려 했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개발사는 그것을 고칠 생각이 없다. 수익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생산적으로 투자하여 솔로인 상태를 탈출하는 것이다. 비생산적인 관계와 의미없는 농담따먹기, 감정싸움을 하면서 끝없이 인앱결제를 이어나가는 상황은 사용자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개발자가 가장 원하는 모델이다. 사실 개발사는 사용자가 피하고 싶은 상황에 별로 관심이 없다. 관심은 있을 수 있겠지만, 굳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이 매력적인 이성의 프로필을 계속해서 보면서 무언가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답장을 받을지 못 받을지 알 수 없는 연락을 시도하게 하는 것이 낫다.
프로필만 올려 두고 어플을 사용하지 않는 유령 회원, 그저 유료 결제만 할 뿐 전반적인 어플 사용자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같은, 사용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개발사들의 지갑에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조들을 굳이 고칠 필요가 없고, 고쳐서도 안된다. 개발사도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만약 매력적인 이성이 프로필을 작성하게 하는 대가로 개발사가 돈을 주고, 그 프로필을 본 사용자들의 유료 결제를 유도한다면 어떨까? 어차피 답변은 의무가 아니니 무시해도 상관없고, 메세지가 얼마나 쌓이던 무시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좋은 사람을 만날 생각이 없이, 그저 매력적인 프로필을 올려두고 자신에게 쇄도하는 구애 요청을 보는 것만으로 회복되는 자신감만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또 어떨까.
이런 요소는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용자들에게는 속임수에 가까운 것이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이득이 될만한 구조이며, 개발사는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개발사는 어플 생태계에서 생길 수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별로 고칠 생각이 없다. 사용자들의 궁극적 목표와 완벽하게 거리가 있다 해도.
앞서 설명한 것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프로필이 동시에 노출되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사용자들은 어플 생태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프로필을 올리는 과정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 피라미드의 상위 계층만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손해 보는 선택은 하지 않으려 한다. 기회가 더 많이 생길수록, 더 좋은 기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사람은 선택권이 다양할수록 점점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신중한 선택을 한다. 어차피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포기하는 것이다.
소개팅 어플은 대부분 더 많은 이성을 더 쉽게 만나라고 홍보하지만, 이성의 프로필을 돈 내고 구경하는 것과 메세지를 보내는 것 그리고 답신을 받는 것 세 가지는 모두 다른 경계에 있다. 그리고 이성을 더 쉽게 만나고 말을 걸 수 있는 기회는 소수에게 집중된다. 현실의 일상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보다 더 깐깐한 기준보다 훨씬 위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만 말이다.
시장의 경계선이 사라질 때 모두에게 더 평등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열린 시장에서 살아 남는 것은 강자뿐인 것이고, 온라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런 다양한 한계가 있겠지만, 소개팅 어플은 앞으로 꽤 활황을 유지할 것 같다. 사실 소개팅 어플 사용자들에게 이런 모순적인 한계는 크게 문제가 없다. 매력적인 이성이 다른 이성을 만날 생각으로 준비한 프로필을 넘겨보는 것은 간질간질한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무언가 될 것 같은 긍정적인 기대감이 그곳에 있다.
그 끝에서 어떤 결과를 얻고 어떤 만족감을 얻을지는 알 수 없겠지만, 단 한 가지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무언가 될 것 같은 기분' 만으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음을 일찌감치 알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비록 기대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지만, 기대하지 않아야 실망하지 않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