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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Sep 01. 2021

더이상 게임을 하지 않는 순간

게임은 왜 시작하고 왜 그만두는 걸까?

나는 대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는 게임이 있다. 다섯 명 씩으로 구성된 두 팀이 각각 다른 특색이 있는 캐릭터들을 가지고 대결하여, 상대방의 본진을 부수면 이기는 게임이다. 대학교 입학 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10년이 지날 동안 그 게임을 계속 하고 있다. 한때는 친구들이랑 했지만, 지금은 동생과 하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조금씩.


사실 나는 이런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좋아한다. 스토리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나는 꽤 오래 즐겼고 좋아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게임들도 하지 않고, 오히려 동생과 매일같이 승패에 연연하여 스트레스 받는 게임만을 계속해서 해 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고 특히 학생들은 친구들끼리 함께 게임을 하고 대학교에서도 함께 하곤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그 비중은 줄어들고 게임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내가 왜 이 게임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게임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게임을 할까? 나아가서, 왜 게임을 그만두는 걸까?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사회에서 무수히 있을 대결에서 한번쯤은 이기고 싶은 호승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기고 싶지 않다는 것은 포기했거나, 이길 수 없으니 이기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받아들인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듯이 다른 사람과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공부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돈 버는 것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인망을 얻는 것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살면서 다른 사람을 이기고 그것을 통해 승리 욕구를 채운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그러한 대결의 끝을 보는 것 자체가 오래 걸린다.



하지만 스포츠라면 어떨까? 짧은 시간 안에 끝나고 누군가와의 대결 끝에 승패가 명확한 스포츠는, 마치 인간 사회 안에서의 분쟁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 이기는 사람은 승리를 쟁취하여 욕망을 충족하고 성취감을 거머쥘 수 있다. 스포츠에서 승리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사회 안 더 큰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에 비하면 쉽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듯 하다.



그리고 스포츠도 즐기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승리 지향 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개인의 기량에 따라 노력할 수 있으며 승패가 명확하게 갈린다는 것은 똑같다. 스포츠에 비해 더 접근성이 낮고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 스포츠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결판이 난다는 것은 구별되지만 말이다.



결국 승리 지향 게임의 본질은, 짧은 시간 집중을 통해서 타인과의 경쟁하고 그 끝에서 상대방을 짓누르고 승리를 얻어내는 것이다.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쾌감, 성취감을 통해 승리 욕구를 해소하는 것. 그것이 승리 지향 게임의 목표이다. 









사람들이 승리 지향 게임을 하고 이기기를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현실에서 채우기 힘든 승리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다.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일상 생활에서 공부나 직업, 인간관계 등 더 큰 성취를 놓고 승리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쉬운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일상의 거칠고 힘든 경쟁보다 더 쉬웠던 게임 안의 경쟁이 가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모두가 달려갈 때 자신도 달려가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연습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고 게임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게다가 만약 게임에 자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지 못해 성취감을 얻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면 손해가 더 크다. 실제 사회에서의 거친 경쟁은 비록 진다 해도 경험을 얻을 수 있고, 스포츠에서의 패배는 육체적인 운동과 실제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소기의 성과가 있다. 하지만 승리 지향 게임에서 패배할 경우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순발력, 정보 수집과 상황 판단 능력, 결단력 같은 경험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것은 굳이 게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게임 말고 다른 취미들은 그 자체로 생산성을 주는 경우가 많다. 독서, 운동, 요리, 영화보기 같은 문화생활이나 기술 단련 등의 취미들은 승패에 상관없이 생산성을 준다. 비록 승리에 대한 갈망을 채워줄 수는 없겠지만, 이기기 위해 안달복달 하며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의미없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이겨서 채워야만 하는 승리 욕구의 가치는 이전과 많이 달라진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의 습관과 같이 게임을 하던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게임을 하곤 하지만 승리 지향 게임이란 스트레스밖에 없는 것이 된다.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이기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하고 고통을 받아야만 한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해 가면서, 게임 안에서 승리하여 성취감을 얻을 필요는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게임을 하고 있는걸까. 일 끝나고 집에 와서 운동을 한 뒤 습관처럼 다른 곳에 사는 동생과 오늘 몇 시에 게임을 할지 시간을 정하고 오늘은 한 시간만 하자 하고 게임을 한다. 이기길 원하고 지면 스트레스 받으며, 그만 해야겠다 이야기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옛날 친구들 끼리 피씨방에 몰려 가서 게임을 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기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을까. 서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할 일을 다하여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 그 행동 자체에서 의미를 찾고 성취감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심지어는 이기고 싶다는 목표보다도 더. 



결국 승리 지향 게임을 하는 이유는 그 시작이 게임을 통해 이기고 성취감을 느껴서 승리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달라지는 것이다. 게임을 같이 하던 사람들, 같이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 그 인간관계. 



그래서 이길지 질지 알 수도 없는 게임에서 이기려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걸 계속 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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