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
최근 들어 베이킹에 빠져서 주말마다 쿠키를 굽고 있다. 내가 먹고 싶은 쿠키를 구워보겠다는 간단한 생각이었는데, 아주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베이킹 도구도 부족해서 새로 도구까지 사 가면서 쿠키를 열심히 굽고 있다. 구워서 보통 주위 사람들을 나눠 주지만, 아무리 연습을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나는 요리를 꽤 좋아해서 그동안 다양한 요리를 해 보았는데, 내 주위에는 아무리 찾아도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아무래도 끼니를 때우기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은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요리는 비용이 계속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취미라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요리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아주 반가워하는 편이다.
그런데 흔히 요리가 취미가 아닌 사람들이 요리에 대해 어렴풋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보면 현실과 완전히 다른 것이 많다. 물론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더욱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이 요리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사실 현실과는 많이 다른 듯 하다. 그래서 다들 요리를 하면 뭐가 좋은지 이야기 하겠지만, 나는 요리를 하면 안 좋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요리가 취미라고 하면 식비 많이 아끼겠다 라는 말을 듣지만, 사실 가장 현실과 괴리가 큰 기대이다. 요리를 하면 돈을 아낄 수 없다. 요리를 하면 돈을 더 쓰게 된다. 기본적으로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을 집에서 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 선까지는 밖에서 사 먹는 것이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갑자기 탕수육이 먹고 싶어서 재료를 준비해 탕수육을 하는 사람과, 5년동안 탕수육을 팔면서 탕수육을 하나 만드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더 저렴해 질 가능성도 있다. 시간과 노동이 많이 들어가는 숙성 요리들 같은 경우는 가정집에서 남는 것이 시간이니 직접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예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재료와 기구 비용을 생각해 볼 때 차라리 돈 내고 사 먹겠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요리를 하면 자기가 원하는 재료를 넣을 수 있으니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 하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것도 틀렸다. 사실 요리를 직접 한다고 해서 딱히 더 건강한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직접 요리를 하는 것과 사먹는 요리의 재료 사이에서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정도의 차이는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흔히 하는 생각은 직접 하면 조미료를 덜 넣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조미료를 안 넣으면 맛이 없다. 결국 사 먹는 것과 비슷하게 조미료를 넣게 되는데 들어가는 조미료는 비슷한 상황에서 딱히 더 건강할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게 된다.
좋은 식재료를 쓸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에서 냉동이나 냉장 정도의 차이나 유통기한의 차이만 있을 뿐, 이 또한 더 확실하게 건강에 좋은 차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도의 차이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음식 자체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요리의 문제라고 하기 힘들다. 치킨이나 라면을 집에서 먹거나 밖에서 먹거나 어차피 탄수화물과 지방으로 몸에 안 좋은 것은 똑같다.
유명한 사람들이 방송에서 말하듯이 그리고 어느정도는 실제로 그러하듯이, 요리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요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정 반대이다. 요리는 어렵다!
요리에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고 주관적인 지표가 있다.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나 비율이 객관적인 지표라면, 주관적인 지표는 그 요리의 완성품에 대한 사람의 평가이다.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지표가 섞여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정확하게 알고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이정도면 괜찮겠다 는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항상 맛있다, 는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요리를 하면 할 수록 자신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원하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찾게 되는데, 길이 명확해질수록 기준이 확고해지면서 기존에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불만도 높아진다. 잘 모를 때는 적당히 만들어 내도 괜찮다 하면서 먹겠지만, 잘 알게 되면 성과물에 대한 평가가 만족 스럽지 않으니 어지간 해서는 만족하기 힘들게 된다.
요리를 시작하는 것은 쉽고 만족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만, 자신이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가까워 지려 할 때 요리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럼 요리를 왜 할까? 사먹는 것보다 싼 것도 아니고, 건강에 월등히 좋은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요리를 하고 나 또한 요리를 좋아해서 자주 한다. 왜 힘들기만 한 이 요리를 계속 취미로 가꾸어 나가는 걸까?
사람은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을때 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까운 사람부터 시작해서 잘 모르는 사람까지, 겉으로 드러내는 상대의 만족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에게 만족을 주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일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요리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일이다. 잘 아는 사람이거나 모르는 사람이거나, 자신이 열심히 연습하여 준비한 요리를 상대방에게 주었을 때, 상대가 그것을 먹고 기뻐하며 얼굴 가득 만족감을 띄울 때. 그런 상대의 만족감을 볼 수 있을 때. 나는 요리를 하며 그런 순간에 기쁨을 느끼는 듯 하다.
살면서 얼마 안 되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라는 것. 어쩌면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요리의 그런 모습이 매력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