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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y 29. 2024

야키니쿠와 고깃집

동생과 함께 갔던 오사카의 야키니쿠 가게, 또다시

동생과 7년 전에 오사카에 왔었다. 그때 동생과 오사카의 유명한 번화가인 도톤보리를 대충 구경하다가, 근처의 야키니쿠 가게에서 고기를 먹었다. 나는 큰 길가가 아니라 안쪽에 있는 가게를 가 보고 싶었지만, 어차피 거기를 가나 여기를 가나 더 좋은 느낌을 구경할 힘은 하나도 없기에 그냥 들어가서 먹었었다. 그때 동생이 우설이 맛있다는 것을 알려줘서 우설을 먹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나서, 다시 오사카에 갔다. 동생이 야키니쿠를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한 가게를 들어갔는데, 조금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사이 다른 가게들을 돌아보니, 익숙한 가게가 있었다. 7년 전 동생과 방문했던 그 야키니쿠 가게였다. 마침 가게에 자리가 있었다. 기다리던 가게의 예약을 취소하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그 가게로 갔다.




7년 전 그 가게에 똑같이 와서 야키니쿠를 먹는다니 기분이 묘했다. 동생과 야키니쿠를 먹다 보니 일전에 동생과 갔던 후쿠오카의 다른 야키니쿠 가게도 생각났다. 모든 주문을 태블릿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다가 태블릿에는 언어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매우 편리했다. 일본어를 잘 못하는 나와 동생이 점원과 얘기할 일이 하나도 없어서 좋다.




태블릿으로 주문할 수 있는 오사카의 야키니쿠 가게




신기하게도 태블릿으로 메뉴를 잘 살펴보다 보면 메뉴 한켠에 김치가 등장한다. 물론 발효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속을 잘라낸 오이 안에 배추 절인 것을 다져 넣는 신기한 개념의 요리가 나오긴 하지만, 기름진 고기 요리에 짠 야채 절임이 어울리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모두 공감하는 사실인 모양이다. 나는 김치가 아니라 오이 탕탕이 같은 느낌의 오이 요리를 먹고, 동생은 김치 세트를 하나 시켜서 먹었다. 고깃집이 크거나 무한리필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아예 한식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순두부찌개나 냉면 같은 것들.




불은 숯불이 아닌 가스불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 좀 더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조금씩 나온다. 한국에서는 고기 종류는 비교적 고착화 되어 있고 함께 나오는 사이드 메뉴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야키니쿠 가게에서는 좀 더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듯 했다. 동생이 좋아하는 우설과 함께 이것저것 시켜서 먹어 보는데, 돼지 안심도 있어서 시켜 먹어 보니 적당히 구워 먹으면 맛있게 먹기에 제격이다. 야키니쿠 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그런 메뉴 구성이다.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슴슴한 일본식 하이볼을 먹으며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는다. 큰 고기를 구워서 잘라 먹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고기를 구워서 바로바로 먹는 야키니쿠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강한 향신료가 없는 오이 무침이 이상하게 맛있어서, 나중에 집에 가서 해 먹어 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동생이 주문한 김치. 한국의 김치와 많이 다르다




작게 조금 나오는 야키니쿠의 메뉴들




고기 크기가 작아서 구워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일본의 하이볼은 단맛이 안 나는 것이 특징이다




야키니쿠는 맛있었고, 생각보다 돈은 별로 안 나왔다. 그리고 7년 만에 오사카에 와서 같은 곳에서 야키니쿠를 먹은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7년 사이에 나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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