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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y 22. 2024

사진에서는 안 이랬는데

애매한 시기의 벚꽃 명소 요시노 산

오사카 여행을 하면서 두 번째 날에는 벚꽃으로 유명한 곳을 가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날씨도 좋을 것 같아 5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 등산로를 가 보려 했지만 동생이 가겠다고 할 리가 없어, 다른 선택을 알아보았다. 오사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벚꽃으로 유명한 산인 요시노 산이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1주일 전에 예약하면 되겠지 하고 예약 페이지를 들락거렸더니 빈 자리가 하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남은 열차를 예약했다. 내가 예약하고 싶었던 것은 요시노 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특별 열차 였는데, 이게 동생이 심심하면 보내는 일본 열차 여행 유튜브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게 생겼기에 정말 예약하고 싶었지만 빈 자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직통 열차를 예약하고, 아침에 요시노 산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아침에 역에서 봤던 신문 자판기




열차를 타고 요시노 역에 내리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로 몰려갔다. 요시노 역 앞에도 벚꽃이 조금 피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요시노 역에 도착할 즈음이 되니 날씨가 흐려졌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일기 예보는 이날까지는 날씨가 맑다고 했는데 푸른 하늘이 안 보일 정도가 되어 아쉬웠다. 하지만 일단 요시노 산에 도착했으니, 구경을 열심히 해 보기로 했다. 




요시노 산 구경을 하려면 요시노 역에서 버스나 케이블카를 타고 산 중턱으로 올라가야 했다. 케이블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 덜 걸을 수 있다는 말에 반드시 버스를 타야겠다 생각해 둔 상태였다. 조금만 기다리니 도착한 버스를 타고 산 중턱으로 올라가 봤다. 산 중턱을 굽이굽이 감아 올라가는 도로에서 숲 너머로 벚꽃나무들이 피어 있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산 중턱을 둘러보니,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옆에 있는 동생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거냐며, 벚꽃이 생각보다 많이 안 피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나도 일단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서, 일단 근처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곳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근처의 작은 공원들을 걷다가 좀 위로 올라가니, 벚꽃이 좀 많이 피어 있는 공원이 또 나왔다. 




벚꽃이 군데군데 핀 요시노 산의 모습




중간에 있는 공원에서는 흩날리는 벚꽃잎들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조금 둘러보니 벚꽃이 핀 것도 있고 안 핀 것도 있어서 나무마다 개화 시기가 모두 다른 듯 했다. 인터넷에서 봤던 요시노 산의 모습은 모든 벚꽃나무가 동시에 핀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왔던 나는 조금 생각과 다른 모습에 아쉬웠다. 산 계곡 곳곳에 벚꽃나무가 펴 있다 보니 어디는 따뜻하고 어디는 서늘하고 해서 기온이 한번에 확 오르지 않는 한 나무 간에 개화 차이가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어떤 나무는 이미 다 펴서 꽃이 지고, 어떤 나무는 한창이고, 어떤 나무는 아직 안 펴 있고 그랬던 모양이다. 




이때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있던 한국 날씨는 갑자기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의 모든 벚나무들이 일시에 모두 벚꽃이 폈는지 벚꽃이 최고조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가득했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어디를 구경할까 하다가 나와 동생은 조금 올라가면 있는 전망대 까지는 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르막길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에, 나는 그제서야 떠올렸다. 이곳은 요시노가 아니라 요시노 산 이라는 것을. 




중간에 사먹었던 생선구이 꼬치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 올라가서, 드디어 여기까진 와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하나야구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요시노 산의 전망이 보이는 풍경은 좋았지만, 흐린 날씨는 생각보다 쌀쌀했고 벚꽃은 여기저기 피어 있기도 하고 안 피어 있기도 했다. 좋은 점은 전망대에 매점이 있어서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생과 맥주 그리고 오뎅을 먹으며 숨을 좀 돌렸다. 




매점에서 사먹었던 오뎅과 맥주
하나야구라 전망대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




전망대까지 구경하고 내려가려고 하니 뭔가 아쉬워서, 전망대 앞쪽 길에서 보이는 바로 앞쪽의 신사까지만 가 보기로 했다. 요시노 산은 오래된 신사와 순례길이 많은 곳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갔던 신사도 아주 오래되어 보였다. 다른건 잘 모르지만, 신사 앞쪽에 있던 표지판의 지붕 위에서 자라고 있는 이끼가 정말 오래되어 보였다. 




거기까지 구경하고 나니, 생각보다 흐린 날씨와 편차가 있는 벚꽃 개화 정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돌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반쯤은 내 생각이기도 하고, 반쯤은 옆에서 빨리 오사카로 돌아가자고 부추기는 동생 성화에 빠르게 돌아가는 열차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더 빠른 열차로 시간을 바꿀 수 있었다. 




나중에 벚꽃이 아주 활짝 핀다면 다시 와 보면 어떨까 싶었다. 날씨 운보다 더 좋아야 하는 것은, 벚꽃 개화 운이었던 모양이다. 




아주 오래되어 보였던, 표지판 위에서 자라는 이끼




내려오는 길 봤던 벚꽃나무




나중에 더 활짝 핀 벚꽃을 보러 온다면 좋겠다 싶었던, 요시노 산에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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