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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un 18. 2024

동생과의 여행은 과연?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할 수 없는것

사실 나는 동생과 성향이 많이 다르다. 가족이기에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면, 따로따로 행동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편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다. 서로의 말과 서로의 행동이 서로에게 불편한 지점이 많아, 누가 옳고 그르다 라기보다는 그냥 떨어져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과의 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내가 가지 않는다면 동생은 여행을 갈 수 없어서이다. 내가 준비해서 가족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나에게도 큰 만족감이 되기에,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도움이라고 생각하면서 여행을 준비하곤 한다. 항상 여행 마지막에는 그래도 혼자 다니는게 낫다 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안 좋았던 기억이 흐려지면 그래도 괜찮았었지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나는 그 감각을 꽤 좋아하는 모양이다.




다만 가서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는 것과, 우리는 원래 잘 안 맞으니 가서 안 맞을 준비를 잘 해야지 하는 것은 다르다. 여행 중 안 맞는 포인트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할 일들을 최대한 잘 확인해서 안 만들기 위해 신경써야 서로가 편한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정말 조심해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그런데 아무리 미리 준비해도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서로가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이 모두 다르니, 그냥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다툴 일을 만들어낸다. 다투지 않으려면 같이 안 있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라, 아무리 미리 준비해도 준비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동생은 왜 말을 이렇게 하고 행동을 이렇게 할까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동생도 나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비록 매 순간이 그런 고통의 연속은 아니었어도, 역시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여행을 간다는 것은 서로 다툴 일을 하나 추가하는 것 아니었을까. 물론 온전히 좋기만 한 기억은 있을 수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다투는 일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굳이 다툴 필요가 없는 일을 굳이 다퉈야만 하게 만들어서 다투고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돌아오는 날 또 공항에서 굳이 다툴 필요가 없는 것으로 다투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바글거리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계산대와 물건 수령처가 분리되어 있는 오사카 면세점에서, 이번엔 아무것도 안 사도 되겠지 했다가 또 케이크를 사고 있는 나 자신까지 발견하고 나니, 여행의 마지막이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가족여행은 싸울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 또 오게 되는 것이라고.




오사카에서 공항으로 갈 때 이용했던 열차




오사카 공항의 면세점은 구매하는 곳과 수령하는 곳이 다르게 되어 있어 효율적이었다




무언가 이상하지만 어쨌든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맞는 듯한 안내 문구





역시 가족여행은 오면 다투지만 나중에 또 올 수밖에 없겠다 싶었던, 돌아오고 나서의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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