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현준 Jun 30. 2024

천리길은 한걸음 부터가 아니다

일단 일정 계획부터 세워보자 

을지로의 공간을 계약하며 난생 처음 임대차 계약서도 써 보고,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려면 입금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말에 보증금까지 서둘러서 빨리 입금하고 나서, 그 즈음에 나는 이제 이 공간을 어떻게 준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해야 했다.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10월 말이었는데, 나는 운 좋게도 도움을 많이 받은 부동산을 만난 것인지 그리고 협조적인 건물주를 만난 것인지, 초기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었다.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한 10월 말 이후부터 공간을 둘러보면서 공사 준비를 하고, 11월은 기본적인 수도와 전기세만 입금하며, 12월 부터 월세를 납부 하기로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11월이니 11월부터 월세를 내는 것이 상식선에서 맞지 않나 싶었는데, 크게 문제 없이 11월 한 달은 월세 부담을 덜게 되어 다행이었다. 거기다가 부동산의 노력으로 월세도 조금 감면할 수 있었으니, 생각해 보면 나름 이곳저곳에서 운 좋게 도움을 많이 받은 셈이었다. 




일단 10월 말 즈음하여 임대차 계약서를 쓰고 나서는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기에, 공간의 치수를 확인해서 공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12월을 본격적인 영업과 이용 시작일로 생각하고, 12월 1일부터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해 놔야겠다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11월에 모든 공사를 끝내야 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지만, 11월 한 달 정도면 공사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는 아니겠다 싶었다. 내부의 벽을 허무거나 무언가를 완전히 갈아엎는 정도의 공사를 할 생각은 아니었으니, 전기선 정리하고, 인테리어 컨셉 생각하고 인테리어 준비하고, 가벽 세우고 문 만들고, 천장 다시 하고 하는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계획이었다. 




을지로의 공간 근처에는 대기업 회사들이 들어가 있는 거대한 건물 두 개가 있었는데, 그 건물에 카페가 많았다. 그중에 스타벅스가 있었는데, 인터넷도 잘 되고 콘센트도 넉넉한 데다가 큰 건물에 들어가 있는 덕에 화장실도 깔끔했다. 공간을 준비할 때 그곳에 노트북을 들고가서 작업을 하곤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회사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가 우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구경하면서, 세부적인 것들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계획을 짜기 전, 중요하게 맞춰야 할 날짜부터 정하기로 했다. 




일단 10월이 끝나기 전까지는 공사 계획을 확정하고, 11월 중에는 공사를 끝낸다. 12월 부터는 정식으로 영업과 이용을 하고, 가능하다면 11월 중에 준비가 끝난다면 먼저 영업을 해서 약간의 매출이라도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래도 한걸음 이전에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천리길을 어디까지, 언제까지 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한걸음을 내딛는 실행은, 계획을 잘 세운 그 다음에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공간 계약 후, 앞으로 공사를 언제까지 진행할지에 대한 계략적인 시간계획을 마쳤다. 2023 10, 서울 성수




작가의 이전글 주임아 공기청정기 조심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