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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ul 10. 2024

그러니까 인테리어 어떻게 하는 건데요

아니 진짜 어떻게 하냐고

임대차 계약서 작성 후, 10월이 끝나기 전까지 일 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10월에는 공간 공사 계획을 짜고, 11월 중에는 공사를 모두 마치고 최대한 빨리 마무리 한 뒤, 12월부터 영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혹시 가능하다면 12월 이전에도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마무리 하면 좋겠다 라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는 이런 류의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인테리어 공사 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이런 류의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니 진짜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가구 배치 이외의 인테리어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때 인테리어 공사 관련된 것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보기도 하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생각했었다. 내가 인테리어 공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순서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오븐을 들이고 나서 전기공사를 하거나, 냉장고를 올리고 나서 바닥공사를 하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현장을 둘러보며 일단 굵직굵직한 해야 하는 공사들을 생각하고 그 공사들의 순서를 정하기로 했다. 이용하기로 한 공간은 이전에 오피스 용도로 썼는지 데코타일이 깔린 바닥에 텅 비어버린 내부가 있었다. 내가 오피스 용도로 그 공간을 쓸 것이라면 상관 없었겠지만, 나는 특별한 용도의 공유 공간을 만들 예정이었기에 분위기에 맞는 인테리어가 필요했다. 내가 생각한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어딘가 발이 푹푹 꺼지는 이상한 바닥의 데코타일 아래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서 바닥을 전면 개보수해야 했다. 기존 천장에 있는 매립식 형광등 전등을 레일식 전등으로 교체하고, 오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기선을 확인하여 콘센트도 조정해야 했다. 화장실의 세면대 배수관이 바닥으로 나오는 것을 정리하고, 주방 쪽으로 연결하여 싱크대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공간 배분을 위한 가벽을 준비하고 중문을 만들어야 했다. 내가 의도한 인테리어에 맞게 벽을 데코해야 했다.




그렇게 크게 신경써야 할 것들, 바닥, 전기, 화장실과 싱크대 연결, 가벽, 데코 인테리어의 굵직한 해야 하는 것들을 결정했다. 순서를 고려하여, 전기, 바닥, 화장실과 싱크대 연결, 가벽, 데코인테리어, 전기 마무리 순으로 진행하면 되겠지 싶었다. 혹시라도 그 순서대로 공사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일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았다. 인테리어 공사를 한번 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 뭘 알 수 있을까 싶었지만.




공사 순서를 결정했으니 실제로 각 공사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정보도 필요해서, 난생 처음 숨고 플랫폼에 들어가서 공사 견적을 알아보기도 했다. 현장 사진을 찍어서 평수와 위치, 엘레베이터 여부 등을 포함하여 이런 식의 공사를 할 것인데 견적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원래 계획은 충분하게 여러 업체를 확인하여 가장 낮은 단가의 업체를 선정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업체를 찾는 것이 힘들때도 많았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이 항상 합리적인가도 보장할 수 없다고 느꼈는데, 보통 싼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싶다가도, 공사 견적이라는 것이 정말 부르는게 가격이라 어떤 것이 정가인지 알 수 없겠구나 싶기도 했다. 누가 어떤 공사를 얼마에 해 주겠다고 하면, 내가 보통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저렴한 업체를 찾아 단가를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가 정말 믿을만한 것인가를 알아보는 것 정도가 최선이었다. 인테리어 공사가 처음이었기에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지 더 공사단가를 절감할 수 있는지 몰라서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11월에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10월 중에 공사를 할 업체들과 연락하여 실제 공사 일정을 모두 확정한 뒤 일정을 정해야 했다. 다행힌 것은 모든 공사가 11월 초에 한번에 다 시작하는 것은 아니라, 진행할 공사의 순서대로 업체를 확인할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진행할 세부 인테리어 컨셉은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공사를 하는 11월 1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인테리어 공사 해 본 적 없는 사람의 셀프 인테리어 시공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2023 10, 서울 충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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