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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ul 14. 2024

전기공사는 새벽같이 시작한다

공사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지켜보는 전기공사

인테리어 계획을 하고 시작하기 전 맨 처음에 해야 할 것은 전기 공사였다. 레일 전등까지 마무리 하기 전 벽에 있는 콘센트를 정리하고 배전반을 바꾸는 등의 공사가 필요했다. 특히 나는 이전에 오피스로 쓰던 공간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오븐 등을 이용할 계획이라 전기 공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기공사는 다른 공사들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내가 이상한 업체와 연락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공사를 하기 위해 현장을 둘러보는 것만 해도 출장비를 달라고 했다. 보통 답사는 그냥 오거나 아니면 나중에 공사비용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사람 두 명이 와서 현장을 둘러보는데 그것만 해도 적지않은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좌우지간 전기공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못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해야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기에, 일단 사전방문을 예약하고 현장을 같이 둘러보았다.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사실 건물이 너무 노후되거나 전기 배선의 구조적 한계로 오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공간으로 연결되는 전기선의 굵기가 굵어서 전기를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세부적인 시공으로 벽에 있는 콘센트를 필요에 맞게 정리하여 오븐을 연결해도 문제가 없는 고압 콘센트를 준비하고, 추가적인 전력 기구를 사용하는 것에 맞게 배전반도 교체하고, 나중에 가벽 공사를 하고 천장 레일 전등을 준비할 전기선까지 마무리 하기로 했다. 나는 맨 처음에 레일 전등이 더 신식이니 더 비쌀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일반적인 전구 소켓 시공하는 것보다 레일 전등이 훨씬 더 저렴하다고 한다. 전구 소켓은 하나씩 다 작업해야 하지만 레일 전등은 라인만 따라 쭉 이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기공사 업체는 공사 시작하기 전 어디에 어떻게 공사하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계획을 구체적으로 잡지 않은 상태에서 어중이 떠중이마냥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얼추 계획을 해 둔 것이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직장인들 구경하며 열심히 그렸던 종이를 보여주며, 여기에는 이런 콘센트를 내주시고, 여긴 보드 붙일거니까 없애 주시고, 여기부턴 여기까지 레일 전등 하고, 여기는 나중에 가벽 벽 너머로 전등을 달거니까 선을 아래로 뽑아 주시고 등등. 비록 내가 인테리어는 잘 모르지만, 아마 그거 설명하는 순간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안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전기 공사를 하면서 콘센트의 전력을 알아볼 수 있었는데, 높은 전력 기구를 사용해도 되는 콘센트는 하나씩 알아 뒀다가 냉난방기나 인덕션 등을 이용하기 위해 표기해 두었다. 원래는 차단기 넣는 곳의 문에 그림으로 그려 두려 했는데, 업체에서 연필로 간단하게 그려 둔 이후로 별다르게 개선을 하지 못했다. 여유가 생길 때 하나씩 정리해도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전기공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업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기공사는 보통 새벽같이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더 일찍 도착할 때도 있었다. 공사를 하고 있을 때 현장에 없는 것은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 공간 구상을 하면서 현장에 있기 위해 나도 아침 일찍 공사 현장에 가려 했다. 그런데 업체에서는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시간 맞춰 도착할 예정이었던 나는 그 시간에는 집에서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후속 전기 공사도 아침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나도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전기공사가 끝나고, 천장에는 나중에 천장 작업을 하고 나서 연결할 전등과 화재감지기를 위한 전선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전기 공사의 일차적인 선작업이 끝났으니, 이제 바닥 공사를 해야 했다. 가장 많이 고민했고, 가장 신경쓰면서 진행했지만, 지금 가장 후회하고 있는 바닥 공사를.




전기 공사 과정에서, 진짜 모르는 사람에서 적당히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2023 11, 서울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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