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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ul 14. 2024

천장 위쪽에는 뭐가 있을까

보통 거기는 진짜 천장이 아니다

나는 보통 천장 위에는 바로 벽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공사를 준비하며 이것저것 알아보고 다른 장소들을 돌아보면서, 텍스 위에는 보통 다른 벽이 있고 그 사이에는 중요한 배선이나 다른 배관, 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공사를 시작하면서 나는 그 공간을 어떻게 보수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공간 계약 후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기 전 천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한 것이 그것이었다. 기존 오피스 용도로 이용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 것에 맞는 공간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직사각형 텍스가 가득한 천장을 어떻게 해야 했다. 도배를 하던지 아니면 뭘 하던지, 의도한 분위기에 맞는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었다. 




일단 내 계획은 천장을 뜯고 위쪽을 오픈 천장으로 하는 것이었다. 천장에 있는 것을 완전히 뜯어버리고 위쪽까지 개방해서 전기선 같은 것은 벽에 바짝 붙여, 티 나지 않게 마무리 하는 것이었다. 요새 카페나 음식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전기선이나 다른 배관이 노골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천장을 아예 오픈한 만큼 층고가 넓어 보이는 만큼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었다. 




사실 계약한 공간의 층고가 조금은 낮게 생각되는 편이었기에, 오픈 천장을 준비한다면 공간도 더 넓어 보이고 좋을 것 같았다. 마침 운 좋게 해당 층에 공실로 되어 있는 곳이 있었는데, 창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다가 천장에 아무것도 없어서 안쪽을 둘러볼 수 있었다. 구조상 오픈 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그곳의 안쪽을 보면 나중에 오픈 천장 시공을 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조금 상상해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천장이 높아지면서 공간이 아주 넓어지는 듯한 느낌이라, 할 수 있다면 꼭 오픈 천장을 해야겠다 싶었다. 




게다가 오픈 천장을 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천장 시공은 나중에 영업을 시작하고 나서 또 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시작할 때 하거나, 아니면 영영 하지 않거나, 둘중에 하나였다. 오픈 천장을 할 것이라면 반드시 영업 시작 전 공사하는 시점에 마무리 해야만 했다. 




물론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업체에 전화해서 오픈 천장 할 건데요 라고 할 순 없기에, 공간 계약을 하고 나서 천장 텍스를 뜯어서 안쪽 공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천장 텍스로 가려진 공간 위쪽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아야 나중에 오픈 천장을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 




벽을 따라 천장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텍스를 뜯어 보니, 여태까지 알고 있지 않던 텍스 위쪽 천장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천장은 훨씬 높았고, 그 아래로 철골 구조로 텍스를 박을 수 있게 지지대가 있었다. 텍스는 그곳에 피스로 연결되어 있었고, 벽은 나무나 못 등으로 거칠게 마감되어 있었다. 




그런데 텍스를 조금씩 뜯어서 위쪽 공간을 전부 확인한 나는 오픈 천장을 하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건물 천장의 보였다. 천장 공간에는 약간 낮은 부분의 보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실제 텍스 위쪽으로 한 뼘 정도의 아주 작은 공간을 두고 올라가 있었다. 이 보가 계약한 공간의 정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보가 없다면 편하게 조명 구성을 할 수 있겠지만, 보가 있는 탓에 사실상 두 개의 공간에 별도의 조명 세팅을 해야 했다. 




또 다른 문제는, 화장실 공간의 위쪽이었다. 화장실 위쪽에는 벽이 없었다. 텍스 위쪽의 화장실 공간은 벽이 없고, 화장실의 환풍기가 연결된 거대한 주름관이 어디론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위쪽을 빛으로 비춰 보니, 화장실 위쪽에 또 다른 거대한 주름관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마 건물의 화장실 환기 방향이, 일단 건물 최상층인 계약 공간의 천장으로 공기를 보내고, 그곳에서 한번에 다시 외부로 보내는 구조 아닐까 싶었다. 그 상태에서 오픈 천장을 한다면, 화장실 쪽의 주름관과 다른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위쪽을 막아야만 했다. 




이렇게 되니 오픈 천장을 하는데 공사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천장 철거 후 마무리 로 해결할 수 있었던 오픈 천장이, 천장 철거와 화장실 쪽 벽 차단, 조명 2배로 설치로 진행해야 되었다. 게다가, 오픈 천장을 해도 중간에 보가 너무 낮게 내려와 있어 공간이 그다지 넓어 보이지 않을 예정이었다. 




이때 고민이 너무 많아서, 나는 매물이나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니 부동산에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전화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 같다. 그 전화를 하는 순간 내가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 같아서이다. 




여하튼 그때 고민을 하고 부동산 도움 없이 내가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어쨌든 천장이 조금 낮아 보인다고 해도 머리가 닿을 정도는 아니고, 좌우지간 돈을 더 써서 오픈 천장을 한다고 해도 보 때문에 그다니 넓은 공간감이 없을 것 같았기에 오픈 천장은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 중앙의 보 때문에 어차피 공간감이 적어질 것 같아서, 무리해서 오픈 천장을 하지 않은 것은 다행으로 생각되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화장실 위쪽 공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참 생각해도 오리무중이다. 왜 화장실 위쪽 벽은 없고, 실제 환기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걸까? 천장 위쪽에는 보이지 않는 잘 모르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안 순간이었다. 




천장 위에는 알지 못하던 새로운 공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3 10, 서울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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