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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ul 22. 2024

남들이 하기 싫었던 공사 하는 사람

하지만 하기 싫어도 해야 하니까

계약한 공간은 이전에 오피스로 이용했는지, 공사를 시작할 때 즈음에는 내부 공간에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은 데코타일로 모자이크처럼 되어 있었는데, 흔히 오래된 건물에 가면 볼 수 있는 바닥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안쪽을 돌아다니던 나는 어디는 발이 푹푹 빠지고 어디는 상대적으로 바닥이 단단한 것을 보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계약을 하고 공사를 준비하면서 발이 빠지는 곳의 데코타일을 뜯어 보았다.



 

가장 발이 빠진다고 느꼈던 곳의 데코타일을 뜯으니 안쪽에서는 골판지가 나왔다. 콘크리트 바닥인지 아니면 그냥 코팅재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덮어진 바닥 아래로 골판지가 있고, 그 위를 데코타일이 덮고 있는 형태였다. 천장 텍스 위에 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바닥 아래 공간에는 또 무엇이 있는 것일까 싶었다.




데코타일이 있는 상태 그대로 공간을 준비할 수는 없었다. 일단 내가 생각한 인테리어 컨셉과 전혀 맞지 않는데다가, 추후 데코타일 위로 무거운 가전이나 냉장고 같은 것을 올리고 물을 흘리면서 이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바닥 공사 견적이 생각보다 높은 편이었기에, 바닥 공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꽤 고민을 했었다. 다른 공사들에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이 고민했는데,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공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해야 할 것은 데코타일 철거, 바닥 수평 몰탈, 코팅이었다. 일단 바닥을 덮고 있는 데코타일을 전부 철거한 다음, 바닥에 넓게 펴지는 시멘트를 이용해 수평으로 바닥을 다져주는 수평 몰탈을 하고, 그 위에 색을 입혀 코팅을 하는 것이었다. 몇 곳의 업체를 알아봤는데 견적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견적 논의를 했던 업체 중에 개인적으로 신뢰가 갔던 곳과 진행하게 되었다.




바닥 공사는 데코타일 철거를 가장 먼저 진행했는데, 실제 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공사할 때 현장 혹은 근처에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 부득이하게 공사 상황만 전화로 전달 받았다. 그런데 공사 마무리 후 전달받은 사진과 전화통화는 내가 상상한 바닥 상태 이상의 것이었다.




나는 누군가가 데코타일 시공을 하고 데코타일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은 곳을 골판지 같은 종이로 채워넣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종이로 채워진 곳은 발이 푹푹 들어가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데코타일은 한 두 겹이 아니었다. 데코타일은 적어도 6겹 정도가 들어가 있었고, 데코타일을 모두 벗겨내고 나서야 바닥이 나왔다고 했다. 왜 데코타일을 6겹 씩이나 쌓아서 올린거에요 라는 내 질문에, 업체에서는 아마 이전에 이용했던 사람들이 바닥 상태를 개선하고 싶은데 돈 들여서 누구처럼 까고 공사 하기는 싫으니, 위에다 데코타일만 계속해서 반복해서 올린 것 같다고 했다.




데코타일을 철거하는 것은 그저 철거일 뿐이니 그렇다 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날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을지로를 가서 공사 현장을 둘러봤는데, 데코타일 아래의 바닥은 평평한 시멘트 바닥이 아니었다. 어딘가는 코팅재가 덮여 있고, 어딘가는 나무로 된 마루 바닥이 있고, 어디는 조금 높은 시멘트 바닥이었다. 압권인 것은 나무로 된 마루 바닥이었는데, 나무 마루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나도 업체도 곤란한 상황이 되었는데, 나는 이런 상황에서 바닥에 수평몰탈 공사를 한다고 해도 완전히 평평하게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업체에서도 현 상황 그대로 수평몰탈을 할 수는 없기에 시멘트로 기초적인 미장을 해야 하는데, 기존에 협의했던 시공 단가 이상의 금액으로 밖에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여태까지 많은 사람들이 속이 비어 있는 나무 마루 위를 오가면서 생활했는데 마루가 꺼지지 않았으니 단단한 지지대의 역할은 문제 없을 것이고, 그 위에다가 직접적으로 아주 무거운 것을 올려놓지는 않으니 구조적으로는 수평몰탈 진행을 해도 문제 없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그대로 진행을 하기는 좀 문제가 있으니, 기초적인 시멘트 마감을 하고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사를 하게 된 이상 추가 요금을 지불하더라도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 일단 요금은 괜찮으니 진행해 달라고 했다.




결국 나는 예정에 없던 돈을 쓰고, 업체에서는 예정에 없던 추가 시공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 뒤로 공사 일정이 조금은 지연되었지만 전체 일정에는 크게 문제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어서, 평평하게 시멘트로 정리되고 무광 코팅된 바닥과 함께 다음 공사 일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다만 공사 후 6개월이 넘은 지금 시점에서는 조금 더 다른 방법의 바닥 마감이나, 혹은 바닥이 그런 상황일 줄 알았더라면 시간과 금액을 더 투자해서 바닥을 완전히 평평하게 미장하고 나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기 싫어하던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다 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차라리 돈을 더 써서 더 말끔하게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던 공사를 마친 나였지만, 차라리 돈을 더 쓰고 더 깔끔하게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2023 11, 서울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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